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의 현주소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발전과 공정성에 기여해야 할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보자.
지방분권을 통해 국가기능 마비를 막아야
지난 1995년 6월에 실시된 4대 지방선거와 함께 지방자치제도가 전면 부활한 지도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정치, 사회 각 분야의 민주적 변화와 비례하여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고 사실상 안착이 된 상태이다.
그런 한편으로 인사, 예산 등 핵심적인 부분에서 여전히 중앙정부의 규정과 지침이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구속하고 있고, 최근에 있었던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지방재정 개편안 논란에서 보듯이, 자치단체에 따라 불균형하고 부족한 재정자립도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남아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감사제도 역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해묵은 현안이다. 특히, 국회 국정감사는 그동안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노조 등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왔고, 언제라도 입법부의 결단만 있으면 즉시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자 자치업무의 효율성 제고와 관련한 핵심 요소임에도 여전히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체계의 주요 문제점
1. 중층적 감사체계로 인한 과도한 감사 빈도수
감사원, 정부합동, 각 행정부처의 자체감사규정, 지방의회 감사 등의 과잉·중복 감사로 지자체에 상당한 부담
2. 감사의 내용과 범위 확대
감사원의 경우 지자체 업무 전반, 국정감사의 경우 고유의 자치사무에 이르기까지 감사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사무 감사에 더해 직무와 기강에 대한 감찰 성격의 감사까지 공공연히 확대
3.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로 지자체의 업무 부담 가중
과도한 감사 준비로 인력 손실과 시간, 비용의 과중 등
본연의 지자체 업무에 악영향
4. 부실한 감사
'보여주기식 겉치레 감사', 공세에 치중한 '아니면 말고'
식 감사의 만연
중앙정부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의 주요 문제점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에 대해 제기되는 주요 문제점을 종합해보면 크게 ▲구조적으로 지방자치제도 본연의 목적과 취지에 역행한다는 점과 ▲그 실태에서 과잉과 중복으로 인한 감사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 두 가지로 집중된다. 익히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감사란 정부의 시책과 방침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가를 검토하여 불합리한 점은 시정하고 행정 운영의 적정성과 능률화,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그 개선을 기하며, 이를 통해서 부정과 비리를 방지하고 투명 행정을 기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감사 본연의 목적상 지방자치단체에도 외부 감사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정부합동감사와 각 행정부처의 자체감사규정에 의한 감사, 지방의 회의 감사 등이 중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연간 적게는 2~3차례, 많게는 5~6차례 이상 감사를 받고, 기초단체의 경우는 여기에 광역시도단체와 자체 감사까지 더해진다. 이처럼 감사의 빈도수가 높다 보니 이 자체만으로도 지방자치단체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감사기관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에 대해 중복 감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빈도수 이상으로 감사의 내용과 범위도 문제다. 감사원의 경우 자치단체 업무 전반을 감사 대상으로 하고 있고, 국회국정감사의 경우도 법률로 정한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위임 사무나 보조금 지급 사무를 넘어 고유의 자치 사무에 이르기까지 감사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 성격도 사무에 대한 감사에서 직무와 기강에 대한 감찰 성격의 감사까지 공공연히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대부분 감사가 자치단체의 자료 제출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다 보니 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국회의 직접적인 감사 기간은 불과 수 시간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보다 2~3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국회에서 요구하는 제출 자료만 해도 지난 몇 년간 자치단체별 평균 통산 600여 건에 이르고, 어떤 해에는 1,000여 건이 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렇게 요구된 자료는 통상 책자 형태로 제출되는데 한 권에 수천 페이지 이상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자료 중 90% 이상이 직원출장비, 공무원징계현황 등과 같은자치 사무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이런 식으로 국회 국정감사를 비롯한 감사원, 정부 각 부처의 감사를 준비하고 대응하다 보면 자치단체에서는 감사만을 위한 별도의 인력 충원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현업 인력 중에 전담 인력을 차출할 수밖에 없고, 또한 감사기관에서 요구하는 자료나 감사 사안이 특정 부서가 아닌 여러부서에 걸쳐 관련된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니 사실상 그 업무부담은 제한된 부서를 벗어나 기관 전체에 대한 부담으로 확대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감사로 인한 인력 손실과 시간, 비용이 상당하게 되고 그로 인해 본연의 대민 업무는 소홀해지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미뤄지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중앙정부와 국회에 대한 현장 공무원들의 신뢰와 사기에도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작 이렇게 힘들여 준비해도 감사가 실제 실행되는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본연의 목적에서 괴리된 보여주기식 겉치레 감사, 요구한 자료와 상관없는 질문, 답변보다는 질문 공세에 치중한 '아니면 말고' 식의 과시용 감사가 난무한다. 여기에 더하여 감사를 하는 국회의원과 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이나 소속 정당에 따라 정쟁적 의도가 다분한 불필요한 공세까지 있는 경우도 허다하여 현장 직원들의 시각에서는 도대체 왜 이런 감사를 왜 받아야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일조차 있다.
사실 이런 일은 비단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회국정감사에서만 있는 일도 아니다. 중앙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공공연히 국정감사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흔한 사례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의 개선방향
1.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한 자치감사체제의 정착
2. 내용적으로 중앙기관(감사원, 중앙정부, 국회)의 감사는 국가위임사무에 국한
3. 형식과 방법상으로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감사에 대한 감사를 국회가 재감사하는 간접 감사 방식 시행
지방자치단체 감사체계의 개선방향
본래 국회의 국정감사는 오랜 기간 권위주의 체제의 일방독주에 지배를 받았던 우리 헌정사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제도로서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에만 일반화된 독특한 체제이다. 특히 국회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는 그 비슷한 사례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한 경우이다.
이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과도한 감사는 헌법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립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지자체를 중앙행정기관의 하부기관으로 간주하는 중앙집권적인식이 완고하게 지속되고 있는 관행의 산물로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과도한 외부통제력이자 자치권 신장을 저해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앙정부 부처와 감사원의 중복된 감사와 국회에 의한 국정감사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질과 감사 본연의 목적에 비추어 과도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는 지방의회를 중심으로한 자치 감사체제를 정착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감사원과 중앙정부, 국회의 감사도 내용적으로는 국가위임사무에 국한해야 하고, 형식과 방법상으로도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감사에 대한 감사를 국회가 재감사하는 간접 감사 방식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감사의 효율성과 환류(피드백)의 일원화를 통한 행정의 일관성, 더 나아가 지방자치행정의 자주성 함양과 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감사에 대한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바라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