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은 지방자치제도를 보장하고 있지만,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정치 및 행정구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지방자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법률들도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중앙행정부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더욱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의 내용으로, 지방차지단체에게는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률안의 제정이나 정책의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권은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고, 더 심각한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법률안을 제ㆍ개정하는 것을 국가가 주도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이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령상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는 제한적

지방자치단체의 중앙정부 입법참여와 관련된 현행법제를 간략히 살펴보면, 정부입법과정참여유형으로 지방자치법 제165조에서의 전국적 협의체 등의 의견제출권, 행정절차법 제39조의2와 제44조제1항에서의 지방자치단체와 협의체나 연합체(이하 '협의체 등')의 공청회에서의 의견제출권 및 입법예고된 법령안에 대한 의견제출권, 법제업무운영규정 제11조에서의 지방자치단체와 협의체 등의 의견제출권이 있다. 또한 개별법에서 지방자치단체에게 의견청취권 및 의견제출권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들도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중앙정부의 입법을 포함한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규정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의견제출의 대상을 매우 좁게 인정한다든지, 의견제출을 행정자치부 장관을 통해서만 제출하도록 제한한다든지, 의견제출을 초기단계에 미리 알려주는 등의 기능이 부재하여 의견제출이 매우 소극적으로 운영된다든지, 협의체 등의 참여를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한다든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제출권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든지, 정부의 법령안 입법과정에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사전적 의견제출권이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경비부담을 수반하는 법령안이나 사항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청취 등의 참여를 규정하는 경우가 전혀 없다든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신속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한 기구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 강화 필요

헌법상 지방자치권 보장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현행 법령상의 참여규정만으로는 자치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법제정 또는 개정을 통하여 지방자치와 관련된 정부의 입법 또는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를 보다 강화하여야 한다.

우선 지방자치법 제165조에서 '지방자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령'으로 개정하여 의견제출의 대상을 확대하여야 한다. 그리고 의견제출의 상대방을 '행정자치부장관'으로 국한하지 말고 직접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제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 경우 조문을 추가해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의견을 제출한 협의체 등과-일정한 시간적 범위 내에서-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협의를 하도록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치권으로서의 참여권은 단순한 의견제출만 보장하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협의체 등에게 정부가 마련한 입법안에 의견제출을 하는 것을 넘어서 정부에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령안을 제안할 수 있는 제안권을 부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현재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제출에 관한 규정이 없는데, 새로 조문을 신설해서 지방자치와 관련된 정책이나 법령에 관계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들로 하여금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 강화 필요

지방재정법 제25조는 "지방자치단체의 경비부담을 수반하는 사무에 관한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면 미리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경비를 부담하여야 하는 법률안을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제ㆍ개정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이 부분은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협의체 등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한다든지, 협의가 힘들면 적어도 의견제출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방재정 부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상호협의를 제도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중앙ㆍ지방협력회의 설치 필요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국정에 참여하는 것은 지방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소통을 위한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가칭 '중앙ㆍ지방 협력회'를 설치하고 여기에 소통을 위한 일정한 기능을 부여하는 별도의 설치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겠다.

요컨대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권 보장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대립구조로 보아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서로 존중하고 조화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제한하려고만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한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쌍방청문의 원칙이 행정절차에서 말하는 의견제출의 기본적인 원리라는 점에서도 지방자치와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협의체 등의 의견을 들어보아야 하는 것은 행정절차상으로도 당연히 요구되는 절차상의 권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