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내 도심교통, 올 여름부터 확 바뀐다
안 이달고 Anne Hidalgo 파리시장은 2020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출마하면서 친환경, 안전,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를 기본 방향으로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정책을 제2기 집권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 공약 중에는 도심 교통과 관련해서도 몇 가지 획기적인 제안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작년 6월 재선에 성공한 뒤 선거공약을 하나씩 시정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교통 분야의 경우 핵심 정책들을 올여름부터 과감하게 시행함으로써 차량 운전자는 물론 자전거 이용자나 보행자에 이르기까지 시내 이동 전반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1. 차량 제한속도 낮춰 안전 도모 및 공해저감
파리 대부분 도로, 제한속도 30km/h로 낮춰
오는 8월30일부터 시내 전역에 걸쳐 제한속도가 30km/h로 낮아진다. 파리시의회 의결을 거쳐 시와 파리경찰청 공동 조례로 지난 7월 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외곽순환고속도로와 내부순환도로 및 샹젤리제 대로 등 일부 축선도로를 제외한 시내 대부분 도로에서차량운행 제한속도가 현행 50km/h에서 30km/h로 낮아지게 된다.
사전 여론조사로 주민 공감대 확인, 시민 60% 찬성
시내 운전에 익숙한 차량 이용자들은 30km/h 미만으로 운행하게 되면 정체도 더 심해지고 공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시내 도로 소통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도 시행하기 어려울 거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파리시는 작년 말 시행한 사전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2020년 10월부터 11월까지 온, 오프라인을 통해 제한속도를 30km/h로 낮추자는 제안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5,736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은 바 있다.
응답자 중 63%가 파리시민이었고 그 외는 기타 지역 주민이 응답했는데, 파리시민과 위성도시 주민 사이에 극명한 의견대립을 볼 수 있었다. 파리시민은 59%가 30km/h 감속에 찬성했고 39%가 반대한 데 비해, 외곽 일드프랑스 지역 주민들은 36%가 찬성, 61%가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도로 60% 이상 이미 30km/h, 실제 평균속도 15km/h 미만
위성도시 주민들의 반대는 이미 예견된 사안으로 파리시는 감속조치를 예정대로 8월말부터 강행할 방침인데, 녹색당 소속인 다비드 벨리야르 David Belliard 파리 제1부시장(공공 공간 개혁, 교통, 이동성, 도로 규정 담당)은 일간지 Le Parisien과의 인터뷰에서, 파리시내 도로 가운데 60% 이상이 현재 30km/h 존으로 이미 지정되어 있어서 감속운행이 생활화 되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중요 도로 이외 대부분 지역에서 속도를 조금 낮춘다고 해서 운행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파리시내 전체 도로의 차량 평균 속도는 15km/h 미만으로 집계되고 있어서 파리시 측의 이러한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보행자 안전, 소음 저감, 균형있는 도로 분배 추구
벨리야르 부시장은 제한속도를 낮춤으로써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등 교통 약자의 안전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첫 번째 기대효과로 꼽고 있다. 아울러 차량 소음을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공공 공간의 하나인 도로 공간에 대해 이용하는 주체들 간에 합리적인 분배의 균형을 맞춰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약 1만 헥타르에 달하는 파리시 전체 면적 중에 2,800ha가 도로 공간인데, 그중 절반 이상인 1,419ha가 일반차량(자전거 노선, 버스전용차선 제외)에 할애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이는 교통 분담률 15%를 겨우 소화하는 일반차량에 절반이 넘는 너무 많은 공간이 부여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공간 재분배 필요성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 초등학교 인접 도로 차량 통행 제한
“학교 골목 Rues aux écoles” 프로젝트
파리시는 “학교 골목 Rues aux écoles”이란 명칭의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2020년 9월 가을학기 개학을 기점으로 시내 57개 초등학교 인접도로에 차량 통행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학교 교문에 접한 도로에 차량 통행을 아예 금지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어린이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보장함은 물론 학교 주변 대기질 개선과 소음공해를 줄이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어서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참조 : 협의회 홈페이지 해외행정사례 2020년 기사 보기
https://www.gaok.or.kr/gaok/unionBbs/view.do?nttId=12979&bbsId=B0000017&searchCnd=&searchWrd=&gubun=&delCode=0&useAt=&replyAt=&menuNo=200028&sdate=&edate=&viewType=&type=1&siteId=&option1=&option2=&option5=&pageIndex=3 또는
https://www.gaok.or.kr/gaok/cmm/fms/FileDown.do?atchFileId=FILE_000000000276688133258&fileSn=1&bbsId=B0000017 )
올해 9월 개학에 맞춰 185개 학교로 확대
이달고 시장 제2기 집권 공약의 하나이기도 했던 “학교 골목” 프로젝트가 긍정적인 호응을 얻게 되자 파리시는 적용 대상을 발빠르게 늘여오고 있는데, 2020년 9월말 80개 초등학교로 1차 확대한 데 이어 2021년 7월 현재 전체 125개 초등학교로까지 대상을 늘였고, 올여름 방학 기간 준비를 마쳐 9월 개학 때는 새로 60개 학교를 추가 총 185개 학교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며, 재선 임기가 끝나는 2025년까지 300여개 초등학교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예외적 통행 허용
“학교 골목”으로 선정된 구역에는 일반적으로 차량 통행금지 안내 표지판과 대형화분 등을 설치하여 차량 진입이 쉽지 않도록 조성하고 있는데, 다만 구급차 등 긴급차량이나 장애인 수송차량, 배달용 차량은 예외적으로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불가피한 차량 통행도 가능한 한 등하교 시간을 피하도록 하고 속도 또한 10~20km/h로 제한함으로써 사고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동차 대신 정원 보며 등교, 하굣길엔 놀이공간 되기도
학교 골목에 차량이 없어지자 새로운 모습이 등장했다. 학교나 구청에서 기획하여 골목 한쪽에 화단을 만들고 텃밭을 가꾸는 곳이 늘어났는데, 초등학생들의 생물 및 환경 과목의 교육과정과도 연계할 수 있고, 특히 “자동차 범퍼나 타이어를 보며 학교에 오는 대신 꽃과 나무를 보며 올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다. 파리시는 이번 여름 우선 20여개 골목을 선정하여 노상주차장 1천여 면을 삭제하고 거기에 3,400m2 면적의 녹지와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편, 일부 골목은 하교길에 공놀이를 하거나, 배드민턴이나 줄넘기 같은 스포츠 활동과 그림그리기, 동화책 읽기 같은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어 “학교골목”이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하는 삶이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3. 파리 최도심 통행제한구역 지정으로 2022년부터 차없는 도심 구상
ZTL(통행제한구역) 지정계획 주민 의견수렴 진행
통행제한구역(ZTL, Zone à Trafic Limité)은 마드리드나 로마, 밀라노 같은 유럽의 대도시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대도시 중심지에 차량 통행을 줄임으로써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 등 교통약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시내버스 같은 대중교통이나 꼭 필요한 차량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유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통행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해도 지역 주민과 배달 차량, 중소 상공인의 차량은 여전히 운행할 수 있으며, 이 중심지에 용무가 없어 정차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일반 통과차량의 진입을 금지하게 된다.
파리 최도심 1~4구와 5~7구 일부 지역 대상
통행제한구역으로 파리시가 예정하고 있는 지역은 성트르(Centre)라고 부르는 도심 한가운데 1, 2, 3, 4구 전역과 5, 6, 7구 북단 일부를 포함하고 있는데,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노트르담 성당, 시떼섬, 파리시청, 마레지구, 콩코드 광장, 샤틀레-레-알 등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으로 파리의 심장이자 역사, 문화, 상업, 대중교통의 중심지이다. 이 지역은 언제나 유동인구가 많고, 차량 정체가 심한 곳이기도 하다.
차량통행 분석, 30%만 필수이동
파리시는 이 구역의 실제 차량 통행을 분석하여, 지역 비용무 통과차량이 얼마나 많이 지나가는가를 집계하였다. 이 분석에 의하면 지역 용무 없이 그냥 지나가는 단순 통과 차량이 주요 축선도로에 더 많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비용무 통과 차량 가운데에는 약 30%만이 꼭 필요한 이동으로 집계되었다. 그 외 나머지 70% 정도는 다른 곳으로 지나갈 수 있음에도 경로 편리를 위해 시내 한복판을 관통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운행 허용 차량, 갈등 요소 잔존
비용무 통과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대신 꼭 필요한 차량은 그만큼 통행이 원활해 지게 되는데, 허용 차량 대상 선정을 두고 차량 이용자와 시 당국 간에 이견이 아직 남아 있다. 파리시 입장은 다음 세 부류의 차량에 한해 통행을 허용할 방침이다.
- 증명 없이 당연 통행 : 대중교통 수단, 자전거, 택시, 경찰차, 구급차, ..
- 증명 수반 상시 통행 허용 : 지역 주민(차량 등록증 자동인식), ...
- 증명 수반 한시적 통행 허용 : 장애인 차량, 임시허용 신청차량(이사, 화물), 호텔 투숙객, 배달차량, ...
이러한 방침에 대해 최근 VTC(플랫폼 택시) 운영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는데, 일반 택시와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자신들도 통행 허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업 관련 불만뿐만 아니라 이 지역을 우회해서 지나가야만 하는 일반 운전자들이나 제한지역 바로 바깥에 인접해 있는 상인들도 불편함과 걱정을 호소하고 있는데, 여러 해에 걸쳐 차 없는 도로를 늘여왔고, 친환경 및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달고 파리시장의 기본 노선을 참작할 때 허용대상 차량을 가능한 한 최소화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주민 의견수렴을 마친 후 올가을로 예정되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당장 2022년부터는 차없는 차도를 보행자가 활보하는 또 다른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출처 : Le Figaro, Le Parisien 등 일간지 및 파리시청 홈페이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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