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간
코로나19 현장,
의료체계를 말하다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코로나19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대구의 신천지 교회 확진자의 영향이 컸다. 혼란스러웠던 대구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 회고해보고 앞으로의 의료체계에 대해 살펴본다.
이경수 영남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메르스 때 대구시 민간역학조사반장, 코로나19 때는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의 자문교수로 활동하셨다. 첫 확진자가 나온 2월 18일 바로 신천지TF팀 구성 및 전수조사 등을 제의하셨다. 대구시의 초기 상황은 어떠했나.
대구시 방역 현장은 시시각각 상황이 달라졌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지침을 따라 조치를 취했지만 사실 지침에는 각 단계가 격상하는 것 외의 시간적인 개념이 없었다. 게다가 각 시나리오에 따라 단면적으로 취할 조치 정도만 존재했다. 따라서 급변하는 대구 상황에 맞춰 질본에 지침 변경을 계속 요청해야만 했다. 음압격리 병실 사용의 경우 중환자실, 1인실, 다인실까지 확대 사용하는 것으로 10차례 정도 지침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었다.
전체 2,000병상 정도가 있는 대구시에 열흘 만에 확진자가 3,000명이 넘어갔고, 하루 내 확진자가 최고 741명까지 증가하면서 의료기관 내 병상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했다. 너무 순식간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서 과연 감염병 관리가 가능한지 겁이 날 지경이었다. 그때 생활방역센터를 만들어 가벼운 증상의 환자들을 의료기관이 아닌 제3의 시설에 입소시켜서 치료하고 모니터링하자는 획기적인 발상이 나왔다. 하지만 새로운 발상이다 보니 의사결정에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사이 자택에서 대기하던 환자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겨나면서 상황 대응성은 점점 떨어졌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데 이틀이 소요되고, 신천지 교회 확진자가 141명을 넘기게 되면서 역학조사도 포기할 처지에 놓였다. 신천지 교회는 밀접성과 반복적인 예배 등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실타래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얽혔는지 찾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접촉자 관리에 집중한 결과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대구의 경우 확진자 수가 하루 최고 741명에 이르는 등 일일 100~500명에 달할 정도로 급격하게 증가하였는데, 4월 중순부터 한 자릿수로 돌아섰다. K방역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대구시를 들 수 있는데 빠른 기간 내에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시와 의료기관, 의사회 간의 네트워크가 평소에도 긴밀하였다. 이를 토대로 현안을 다루어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례로 대구시 의사회에서 170명 정도의 의사를 동원하여 의사 1인이 30~40명씩 담당을 맡아 자택에서 입원 대기 중인 환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이후로 자택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없어졌다. 이러한 미시적 동원은 평소에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발적인 방역에 협조한 것이 가장 컸다. 대구의 경우 전체 시민의 75%가 이동을 줄였으며, 노인이나 어린이의 경우 85~90%까지 이동을 줄였다. 바이러스는 인간접촉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이동제한이 확산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공공의료만으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쉽지 않은데 민간의료체계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공공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급박한 상황에서 2~3일, 때에 따라 하루의 시간을 버는 것도 중요한데 공공의료원이 그런 역할을 한다. 대구의료원의 경우 메르스 때도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코로나19 때만큼 인상적인 역할을 한 적이 없다. 대구의료원은 아무 조건 없이 병실만 비어있으면 환자를 받겠다고 했지만 무연고 환자, 호스피스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 보니 신속하게 병실을 빼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서울의 경우 12개의 공공의료원이 있는데 대구시도 공공의료원이 1개 더 있었다면 대응성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나마, 대구동산병원이 성서로 신설이전하면서 대구시내 한복판에 있던 기존 병원의 1,000개 병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다.
감염병 대유행으로 공공체계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민간을 포함한 의료체계 전체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공공분야인 지방의료원의 손실보상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민간에서 이를 의식하여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메르스 때 경북대병원의 경우 대구의료원에 있던 환자가 악화되어 이송되면서 한 병동을 다 비웠는데도 손실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사회재난의 경우 보상의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데, 확진자 수 이외에 전후에 일어나는 손실까지 범위에 담는 등 광범위한 재정지원이 의료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 재정에 대한 일관된 자세가 중요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역학조사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그런데 대구를 비롯한 지방정부에서 역학조사관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역학조사관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질병자체의 특성을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보건학적 지식이 필요하고, 사람들의 행태, 사회전반에 대한 인식, 현장에서 상황정리, 코호트 격리 기관 등에 가서 감염관리, 환자상태, 진료 행태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경험도 중요하다. 상당한 역량을 가진 역학조사관의 확보유무가 지역 내 역학조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의사 등 의료인력이 역학조사관으로 행정조직에 편입되었을 때 보직도 없고, 지휘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모호한 업무가 많아서 어려워하고 있다.
우수한 역학조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역학조사관의 처우나 관리 권한 등을 위기대응의 측면에서 따로 관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집단감염이 확산된 상황에서 생활방역으로 방역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즉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때는 위험군의 기준을 잘 세워서 저위험군부터 서서히 일상을 이어나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저위험군인 학교의 경우 학생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생활치료센터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치료를 받고, 완치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하는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위험군인 클럽과 술집을 열어 놓고 저위험군인 학교와 공공시설을 폐쇄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보다 지속가능한 생활방역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