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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레터]코로나19 현장, 전문가에게 듣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좌담회

작성자웹진관리자 작성일2020-06-10
이슈공간

코로나19 현장, 전문가에게 듣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좌담회

가파르게 상승했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점차 줄어들어 50명 내외를 기록하면서 조심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다.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던 방역 현장에도 잠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가 아닌 위드(With)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럼 위드 코로나 시대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5월 26일 우리나라의 방역 현장을 누비며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싸웠던 3명의 전문가를 모시고 지역 현장상황과 감염병 방역 및 의료체계에 대해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좌담회는 전성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 이경수 영남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윤미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 이순혁 한겨레 전국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편집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좌담회

메르스와 코로나19,
대응 차이를 되짚다

2020년 1월 20일 검역단계에서 해외유입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2015년 5월 20일 국내에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나온 지 5년만의 일이다. 우리나라는 메르스 때의 실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를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뒷받침되면서 우리나라의 방역시스템은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김창보 대표는 “중앙정부가 2015년 메르스 때와 달리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콕 짚었다. 즉 다른 무엇보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가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을 보이며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해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면서 방역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빠르게 대응해도 현장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의 K방역은 완성될 수 없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윤미혜 원장은 “메르스 당시에는 중앙이 주도하고 지방이 보완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검사 자체가 원활하지 못했다”며 그때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지금은 신속히 검사할 수 있도록 수탁검사기관과 협력체계를 확립한 점을 K방역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자문을 맡았던 영남대 예방의학과 이경수 교수도 “병원 중심으로 퍼졌던 메르스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지금의 검사체계와 지방과 중앙의 공조, 협력, 소통, 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병원 감염 대응과 관련된 평가지표가 법령에도 반영되어 각 병원들의 방역 수준이 현저히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
김창보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
보건의료 및 건강정책 전문가로서 2015년 메르스 당시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으로 근무하였다.

세계 표준 ‘K방역’
말하다

유례없이 전 세계 인구의 90%가 이동이 제한된 상태이고, 30억 명 정도의 인구가 벌써 2달 정도 가택 격리 상태에 있다. 한국은 폐쇄 없이 성공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K방역 표준국가’로 꼽힌 이유는 무엇일까.
김창보 대표는 3T(Test/Trace/Treat, 검사/추적/치료)가 잘 맞물려 운영되었던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의 경우 증상이 발현된 60~70%의 시민이 3일 안에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했다.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입원치료가 가능했던 데에는 자발적 자가 격리 상태에서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검사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이경수 교수 역시 K방역의 숨은 공신으로 국민들을 뽑았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방역의 주역이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 문제는 결국 인간 접촉의 문제”라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각자의 이동을 제한했던 것이 몹시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만약 국민들이 자가 격리가 자발적 동원을 거부했더라면 방역을 위한 행정력이나 빠른 검사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윤미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
윤미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
2015년 메르스 당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으로 근무하였다.

코로나19,
풀어야 할 과제를 남기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사례로 꼽힌 대한민국이지만, 여전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미진했던 의료체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바로 부족한 공공의료시스템의 확충과 감염병 대응 체계 정비에 대한 부분이다.
김창보 대표는 “대구와 같은 집단감염이 서울에서 터졌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제한된 공공 병상에서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한다면 의료시스템이 붕괴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간을 벌거나 버틸 수 있는 수준의 공공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교수는 “공공의료시설 부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병원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메르스 때는 행정부의 경직된 일처리로 보상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면서 “이런 위기 상황에서 민간병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충분한 보상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순혁 한겨레신문 전국부장
이순혁 한겨레신문 전국부장,
전국 지자체 정책 등의 보도를 총괄담당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도래하다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때문에 전문가 세 명은 코로나와 ‘공존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경수 교수는 “이제 감염병과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도래했다”며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함께)’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내하면서 코로나와 함께 생활한다고 생각하고 서서히 행동과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미혜 원장도 “‘위드 코로나’로 향하는 어떤 전환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면서 “경제와 문화, 사회 전반에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이와 함께 “생활 속 방역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인식을 바꾸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창보 대표는 “지난 2월 서울재활병원에서 작업치료사가 확진돼 추가 감염이 우려됐지만, 단 한 명의 추가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는 철저한 위생 관념을 가진 대표의 행정지침, 직원이 문제가 생겼을 경우 주저하지 않고 보고할 수 있는 허물없는 소통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해당 병원처럼 방역수칙을 꼼꼼히 지키고 아플 때 바로 퇴근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힌다면 코로나19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수 영남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이경수 영남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코로나 비상대응본부 자문교수이자 대구시 민간역학조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마지막으로 전성환 사무총장은 “영화 언브로큰(Unbroken, 2014)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견딜 수 있으면 해낼 수 있다’고 되뇌며 닥쳐오는 시련과 고난을 견뎌 나갔다. 현 코로나19 판데믹 시국의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버틸 수 있다면 해낼 수 있다”는 말을 남기며 좌담을 마무리했다.
  • 담당팀 : 정책연구실
  • 담당자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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