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ist’s View 1. 지방이양일괄법의 제정 배경 및 필요성
김남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Ⅰ. 지방이양일괄법의 배경 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도 20년이 넘었지만 수도권 집중현상, 국가 권력의 집중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동안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값이 치솟는 현상을 보면서 이 문제는 수도권 집중이 낳은 전형적인 폐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납득하기 어려운 사회적 불균형이 시정되지 않고는 이 땅에 실질적 자유와 평등이라는 사회국가이념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이러한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부분적인 세제개편방식으로만 해결하려고 하였고, 그 결과는 여전히 미해결의 상태로 남아 있거나 문제가 더 심화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는 ‘집중’이 낳은 폐해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분권과 자치’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는 생활공동체인 일정한 지역의 사무를 그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자기책임하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다. 한편, 지방분권은 국가권력을 지방에 나누는 것을 의미하며, 이 개념 안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조금 넓게 이해하면, 지방분권은 국가의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한다는 데에 중점이 놓여 있고, 지방자치는 생활공동체인 지방자치단체에 일정한 자치권을 보장해준다는 데에 중점이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고르게 향상시키고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일찍부터 지방자치제도가 잘 정착되어 시행되고 있는 독일의 경우는 전국의 모든 국민이 고르게 잘 살고, 이와 같은 지방의 뛰어난 역량들이 모여 국가를 부국으로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중앙집권의 경향이 강한 나라로서,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20년이 지나도록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가중되고 있는 상황으로 빈부 간의 양극화,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가 사회적으로 더욱더 심각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도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려는 노력들이 있었지만, 사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하나의 형식이고 제도일 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부 들어서 혁신적인 자치와 분권 추진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강도 높은 분권을 추진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변화다. 이러한 인식변화 없이는 그 어떤 훌륭한 정부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결코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없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방자치법과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법)은 국가사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이들 간의 사무배분, 사무이양의 방향이나 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분권법은 이러한 규정들에 따라 중앙행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기 위한 심의위원회로서 대통령 소속의 자치분권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여 사무의 이양 여부를 집중적으로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과거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법령상의 사무 중 이양대상사무를 발굴・심의하여 이양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위원회는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이양대상사무를 발굴하고, 당해 사무 담당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조사・수렴한 뒤, 전문가・공무원・기타 관계자가 참석하는 실무위원회(현 전문위원회)의 이양 여부에 관한 심의를 한 후, 분과위원회와 본 위원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위원회는 이양 여부를 심의만할 뿐 이를 결정하는 것은 입법의 몫이기 때문에 위원회에서는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관련 부처에 통보하고 정부발의든 의원발의든 법률개정을 촉구하게 된다. 만약 어떠한 이유에서든 해당 부처에서 법개정을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이양 결정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지방분권법은 이행상황의 점검・평가를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실제로 이행권고・점검 등을 통하여 사무이양을 촉구하지만 이 규정은 강제성을 동반하지 않아 실제로는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 내에 이 위원회말고는 사무의 지방이양을 추진할 조직이나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강제성은 없지만 그나마 위원회에서 이양 결정을 하고 이양 추진을 하기 때문에 -지방이 수행하여야 할- 국가사무가 일부라도 지방으로 이양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절차와 노력으로 위원회에서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2012년까지 약 3천여 개의 국가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는 것으로 확정하였고, 이 가운데 64%에 달하는 약 2천 개 정도의 사무가 이양 완료되는 성과를 내었다. 그러나 여전히 36%에 달하는 약 1천여 개의 사무가 미이양 상태로 남아 있다. 그 이유는 위원회의 결정을 강제할 법적인 방법이 없고, 중앙행정부가 여러 이유를 들어 지방이양 확정에 따른 관련 법률의 개정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이양 상태인 1천여 개의 사무 중에도 이양이 지연되면서 그 사이의 사정변경, 관련 법령 제・개정 등의 다양한 이유로 미이양 사무에서 빠져나가는 사무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미 2004년도부터 미이양 사무들을 하나의 법률에 모아 일괄이양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다. 2004년도에는 13개 부처 49개 법률 227개 사무를 담은 지방일괄이양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는데 국회법상 상임위의 소관주의 위배(법안심의권 제약) 등의 이유로 접수를 거부하였고, 국회 차원에서의 특위 구성을 요구하였으나 법안 심사를 위한 ‘분권특위’ 구성도 무산되었다. 또한, 2010년도에도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을 위하여 국회 의안과에 협의하였으나 국회의 단일법률 심사관례에 따른 일괄입법 지양 입장으로 거부되었다. 18대 국회에는 180개 법률 955개의 이양사무를 담은 지방일괄이양법을 제출하고 법제정을 위한 ‘지방발전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국회에 의안 접수하였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19대 국회에서는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촉진을 위한 관계법률 정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가칭 ‘지방일괄이양법’, 총 633개 사무)을 마련하고 일괄이양법안에 대한 ‘종래의 소관주의 위배’라는 입장에서 탈피하여 6개월 시한으로 지방자치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였지만, 결정적으로 이 특위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지 않았고, 결국 특위는 6개월간 사실상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기간만료로 그 운영이 종료되었다. 20대 국회에서도 지방재정・분권특별위원회가 구성되기는 하였지만, 일괄이양과 관련된 아무런 활동도 성과도 없이 종료되었다. 결국, 정부는 위원회를 통하여 일괄이양법안을 마련하고 꾸준히 현행화하는 등의 노력과 더불어 국회에서 법안이 심의될 수 있도록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지방으로의 일괄이양은 사실상 국회가 거부한 것이다.


Ⅱ. 지방이양일괄법의 추진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미이양사무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괄해서라도 지방에 이양하여야 할 필요성은 여전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이양심의를 하였던 위원회의 활동, 여기에 투입된 인력과 예산이 모두 무위로 돌아갈 뿐 아니라, 앞으로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은 더욱 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천여 개에 이르던 미이양사무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의 사유로 약 8백 개 사무로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현 정부에 들어와 정부의 분권추진의지에 힘입어 올해 5월 국회에서 운영위원회의 일괄이양법안을 받아주기로 합의하면서 일괄이양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에서는 실무작업팀을 구성하고 일괄이양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고자 수차례에 걸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제출과 논의,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일괄이양법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힘든 일은 이 미이양된 사무들은 이미 위원회의 수많은 회의를 거쳐 이양 결정되고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은 사무들인데, 중앙부처에서 상당수의 미이양사무에 대하여 다양한 이유 또는 종전과 동일한 이유를 들어 또다시 이양 반대의견을 제출하는 경우였다. 개인적으로 중앙행정부는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에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나마 지방이양에 소기의 성과가 있었던 것은 현 정부의 지방분권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 때문이지 않은가 생각된다. 아무튼 위원회에서는 법률개정, 국회심의 후 폐기, 기타 이에 준하는 중대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여러 차례의 심의과정을 거쳐 중앙부처의 의견을 수용해주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일괄이양법안에 포함된 사무는 약 5백여 개의 사무로 줄었으며, 이들로 사무를 확정하여 ‘(가칭)지방이양일괄법안’의 작성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사무의 일괄이양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정부위원회의 이양결정이 있었던 사무의 이양이 이행되지 않은 사무들을 ‘하나의 법률’에 모아 일괄적으로 이양하는 입법기술이다. 본래 지방이양은 개별적인 사무에 대한 이양을 내용으로 하는 개별법률의 개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양할 사무가 많고, 해당 개별법률이 일일이 개정되는 것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개정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하나의 ‘법률을 개정하는 법률’로 1백 개의 법률을 한꺼번에 개정하기도 하는데, 이를 ‘일괄개정’, 그 법률을 ‘일괄법’이라 한다. 일본과 프랑스의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일괄이양한 사례가 있으며, 국내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면서 단계별로 사무들을 일괄이양한 사례가 있다. 독일의 경우도 이른바 법률개정법률이라는 입법기술을 통하여 하나의 법률로 여러 개의 법률을 한꺼번에 개정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일괄개정법’이 제정된 사례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차제에 일괄법의 제정을 통하여 우리의 입법기술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편, 과거에는 사무만 이양되고 관련 행정인력이나 재정의 이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차제에 지방이양을 일괄적으로 하면서 관련 행・재정 지원을 반드시 병행하여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예컨대 (가칭)지방이양비용평가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방이양비용(인력 및 사무수행비용)을 개괄적으로라도 평가・심의・결정하여 해당 부처에 통보하고 이행을 권고함으로써 해당 법률의 개정 시 이를 반드시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일괄법안에 포함되는 것보다는 지방자치법이나 지방분권법 등 다른 법률의 개정을 통하여 상설조직으로 설치・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아마도 이번 일괄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후속작업으로 비용평가위원회가 설치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양일괄법안에 대해서는 찬반의 여러 의견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방자치는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고, 또한 이를 위하여 수많은 사람이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여야 한다.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앞으로 기능 중심으로 사무를 발굴하여 이양심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고, 이와 병행하여 일괄이양이 필요하면 관련 사무들을 묶어 또 다시 일괄이양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국가사무의 지방이양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 기억하여야 할 점은 여기에서의 국가사무는 본래 지방이 수행하여야 할 사무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무의 지방이양은 지방에서 국가사무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사무를 다시 지방으로 돌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쪼록 국회 운영위윈회를 중심으로 국회에서 이와 같은 사무이양의 의미와 취지를 잘 새기기를 바란다.


KEY POINT ① 지방이양일괄법의 배경
1.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의 부동산값 폭등 등은 수도권 집중 현상이 낳은 폐해
2. 궁극적으로는 ‘분권과 자치’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

② 지방이양일괄법의 추진
1. 현 정부에 들어와 정부의 분권 추진 의지에 힘입어 올해 5월 국회에서 운영위원회의 일괄이양법안을 받아주기로 합의하면서 일괄이양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
2. 위원회에서는 실무작업팀을 구성하여 일괄이양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고자 수차례에 걸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제출과 논의,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일괄이양법안을 마련
3. 그 결과 최종적으로 일괄이양법안에 포함된 사무는 약 5백여 개의 사무로 줄었으며, 이들로 사무를 확정하여 ‘(가칭)지방이양일괄법안’의 작성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