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외교 추진

프린트 공유하기

지방외교 추진

[분권레터]자치분권 사전협의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작성자웹진관리자 소속기관교육홍보부 작성일2021-02-08
정책공간

자치분권 사전협의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우리 헌법은 제40조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하여 입법작용에 대해 국회전속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52조는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하여 법률안의 제출을 국회의원과 정부로 나누어 이원적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헌법 현실은 법률을 제·개정함에 있어 지방자치단체는 어떠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지방자치단체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안이 입법과정에서 논의되더라도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의원입법안은 차치하고- 중앙정부1)의 입장이나 정책 의도만이 반영될 뿐, 이해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이나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중앙부처의 자의적 사무배분을 예방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해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서 2019년 7월 1일 자치분권 사전협의를 도입하였다. 자치분권 사전협의의 주요내용과 향후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김희진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분권제도연구부 연구위원
자치분권 사전협의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무의 신설·변경·폐지에 관한 사항, 지방자치단체나 그 장에 대한 국가사무의 위임에 관한 사항,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무에 대한 국가의 지도·감독에 관한 사항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과 관련하여 소관 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하려는 경우에는 사전에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하는 것을 말한다(지방자치법 시행령 제10조의2 제1항).
자치분권 사전협의 법적 근거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10조의2(자치분권 사전협의)
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과 관련하여 소관 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하려는 경우에는 사전에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이하 “자치분권 사전협의”라 한다)해야 한다.
1.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무의 신설·변경·폐지에 관한 사항
2. 지방자치단체나 그 장에 대한 국가사무의 위임에 관한 사항
3.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사무에 대한 국가의 지도·감독에 관한 사항
현 정부의 자치분권 법령개선과 관련하여 국가기능의 지방이양 등이 사후 개선방안을 도모한 방식이라면, 자치분권 사전협의는 법령 제·개정 단계에서부터 발생하는 갈등요인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갈등과 분쟁을 사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기존에 지방자치단체나 지방협의체가 임의적인 절차*로서 입법과정에 참여하였던 것을 필수적인 절차로 제도화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더 나아가 자치분권 사전협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영역 및 행·재정적 자율성을 확대시키고 국가와 지방간 권한 및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제도적 체제가 구축되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발전역사상 큰 의미를 가진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법령을 제·개정하려면 먼저 입법 예고와 함께 자치분권 사전협의 요청서를 작성하여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자치분권 사전협의 요청서에는 제·개정 법령의 취지 및 주요내용과 자치사무 및 지방자치권 관련성 여부 등을 점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전협의 요청을 받은 행정안전부장관은 지방자치권 침해 소지가 있는 쟁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4대 협의체, 전문가 자문단의 의견수렴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자치권 침해여부에 대해 최종심사하여 입법예고 완료 전까지 사전협의 요청기관에 의견을 회신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장관은 법안검토 결과 제·개정 법령안이 지방자치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개선을 요청하여야 한다. 요청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검토의견을 법령안에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반영이 곤란한 경우 행정안전부에 해당 사유를 소명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자치분권 사전협의 절차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자치분권 사전협의 진행 절차
출처 : 행정안전부 공식 블로그, 2019. 7. 3. 게시.
자치분권 사전협의는 사무배분의 적정성, 국가관여의 적정성, 자치권 보장의 적정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세부적인 검토지침을 명시하고 있다. 먼저 사무배분의 적정성이다. 사무배분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권한배분에 관한 것으로, 사무배분의 적정성은 이러한 권한배분이 중앙정부 중심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에서 적절하게 배분되었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즉 사무배분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또는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합리적으로 사무를 배분하고 있는지 사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해당 사무의 수행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하여 권한과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행정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있는지 자치사무, 단체위임사무, 기관위임사무 등 사무의 유형에 따라 적절한 규율을 하고 있는지 국가사무를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장에게 위임하는 경우 위임의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지 국가사무를 위임하는 경우 위임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에 관한 사항을 적정하게 마련하고 있는지 ⑥ 사무처리 주체를 복수로 규정한 경우 해당 사무를 공동사무로 규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를 검토하게 된다.
다음으로 국가관여의 적정성이다. 국가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적법하고 합목적적으로 사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지도·감독할 수 있지만, 무제한적이고 자의적인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2) 국가의 관여(지도·감독)에 대해 법률에 명확한 근거를 두고 있는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입장에서 국가의 관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령안을 입안하였는지, 사무의 유형(자치사무·위임사무)에 따른 적절한 국가관여 수단을 규정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국가관여의 정당성이 부여된다.
마지막은 자치권 보장의 적정성이다. 세부지침으로 지방자치의 헌법적 보장에 따른 ‘자기책임성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관점에서 법령안을 입안하였는지 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자치인사권·자치재정권을 제한하는 경우 지방자치의 헌법적 보장의 취지에 따른 지방자치권 제한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 상위법령(법률·시행령)에서 자치법규(조례·규칙)로 정하도록 한 사항에 대해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에 규정함으로써 자치입법권을 침해하는 사항이 있는지 지방자치단체에게 조직 신설 또는 전담 인원 배치 등을 의무화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자치조직권을 침해하는 사항이 있는지 임용권자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인사 운영 사항에 대해 중앙행정기관이 법령을 통해 관여함으로써 자치인사권을 침해하는 사항이 있는지 자치재정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사무 종류에 따른 경비부담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자치분권 사전협의는 운영상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먼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4대협의체와의 사전협의 절차는 의견수렴 하는 방식, 즉 해당 법령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치분권 사전‘협의’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검토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은 단방향적이며, 기존의 단순 의견제출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협의’는 둘 이상의 사람이 서로 협력하여 의논하는 것을 의미하며, ‘의논’은 어떤 일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중앙정부에 검토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은 의논하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등은 일방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며, 중앙정부는 일방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다.
둘째, 검토의견에 대한 법령안 반영여부는 해당 법령을 소관 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달려있다. 즉 검토의견을 법령안에 반영하여야 한다는 강제성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검토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 등은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이 없다.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검토의견을 반영할 수 없는 경우 해당 사유를 소명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반영거부사유에 대한 소명을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직접적인 보완책은 되지 못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자치분권 사전협의는 그 협의대상이 정부입법안만 해당되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회에서 발의한 의원입법안에 대해서도 자치권 침해나 행·재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은 당연하며, 의원입법안이 전체 입법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제한된 협의대상은 결국 기존의 사후 개선방안인 국가기능의 지방이양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낸다.3) 이러한 사후 개선방안은 법이 제정된 이후에는 다시 개정하기 어려우며, 입법 비효율 등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키므로 사전 개선방안인 자치분권 사전협의에 의원입법안에 대한 협의까지 포함하여 국가기능의 확대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자치분권 사전협의는 단방향식 의견수렴과 검토의견 반영에 대한 강제성 부재, 협의대상의 불완전성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단방향식의 의견수렴이라는 문제점은 지방을 대표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치분권 사전협의회를 설치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법령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치분권 사전협의회를 통한 의견은 충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도출한 합의이기 때문에 검토의견 반영에 대한 강제성 부재라는 한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협의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의원입법안에 대한 자치분권 사전협의는 어느 부처가 소관 할 것인지, 3권분립 원리의 침해 가능성, 운영과정에서의 갈등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의원입법안에 대한 자치분권 사전협의를 시행하는 것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숙의를 통해 자치분권 사전협의를 잘 제도화 하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이 나아가야 할 목표에 한층 더 가까워지길 기대해 본다.
*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협의체의 임의적 입법과정 참여 절차
지방자치법
제165조(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의 협의체)
④ 제1항에 따른 협의체나 제2항에 따른 연합체는 지방자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령 등에 관한 의견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제출할 수 있으며, 행정안전부장관은 제출된 의견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⑥ 제1항에 따른 협의체나 제2항에 따른 연합체는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률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회에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행정절차법
제42조(예고방법)
③ 행정청은 입법예고를 할 때에 입법안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단체 등이 예고사항을 알 수 있도록 예고사항을 통지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
법제업무 운영규정
제11조(정부입법과정에서의 기관 간 협조)
① 법령안 주관기관의 장은 법령안의 입안 초기단계부터 관계 기관의 장(법령에 따른 협의대상기관의 장을 포함한다)과 협의하여야 하며, 법령안을 입안하였을 때에는 해당 법령안의 내용을 관계 기관의 장(법령에 따른 협의대상기관의 장을 포함하며, 지방자치단체에 영향을 미치는 법령안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법령안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법」 제165조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의 협의체 또는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보내 그 의견을 들어야 한다.
제11조의3(의원발의법률안에 대한 정부 내 기관 간 협조)
① 법제처장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이하 “의원발의법률안”이라 한다)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등에 회부된 때에는 그 사실을 의원발의법률안 소관 중앙행정기관(이하 “의원발의법률안 소관기관”이라 한다)의 장과 관계 기관의 장(법령에 따른 협의대상기관의 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제15조(예고방법)
② 법령안 주관기관의 장은 해당 법령안의 내용에 관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 또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단체에 예고사항을 알려야 한다.
제24조(법제정비의 추진)
④ 법제처장은 제1항에 따른 법령정비를 위하여 일반 국민,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이를 검토하여야 한다.
1) 이 글에서는‘정부’라는 용어를 지방자치단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중앙정부’라고 표현할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2) 서승우, 자치분권 사전협의제로 지방자치 발전에 한걸음 더, 공공정책 제166호, 2019, 65쪽.
3) 금창호·김정숙, 자치분권 영향평가제도 도입방안 연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보고서 2019-03, 2019, 4쪽.
  • 담당팀 : 정책연구실
  • 담당자 : 김희진
  • 연락처 : 02-2170-6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