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a City 색색의 꿈을 품은
경상남도 통영 동피랑벽화마을
경상남도 통영시는 남해에서 손꼽히는 미항이다. 짙푸른 바다와 오밀조밀한 해안, 바다가 육지로 들어온 강구안 풍경은 수많은 문화인과 예술인을 탄생시키는 토대가 됐다. 그 중심에 동피랑마을이 있다.
낡고 오래돼 한때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 섰던 이곳은 벽화라는 공공미술을 통해 아름다운 마을로 거듭났다. 골목골목 형형색색의 벽화를 입은 동피랑마을은 예향의 본고장인 통영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글 편집실 / 사진 동피랑벽화마을

1. 여행객들을 반갑게 환영해주는 <안녕, 동피랑> 벽화 2. 바다 속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각양각색 다양한 물고기들 3. 호기심 많은 고래의 꿈들을 그린 <고래의 꿈> 4. 위풍당당한 기운이 느껴지는 <동피랑을 지키는 호랑이>


동피랑은 경상남도 통영시 동호동, 정량동, 태평동, 중앙동 일대 언덕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경사진 언덕에 구불구불하게 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자그마한 집 들이 촘촘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다. 동피랑은 ‘동쪽’과 ‘피랑’을 합친 이름으로, 피랑은 벼랑의 통영 사투리. 산비탈에 위치한 이 마을에 해마다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간다.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것은 130여 개나 되는 벽화. 이 마을에는 담벼락마다 재치 있고 개성 넘치는 벽화가 마치 거대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전문가 작품도 있고, 아마추어 솜씨도 있어 제각각이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볼거리가 넘쳐난다.


철거의 갈림길에서 전국 벽화마을 첫 사례로 변신 통영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수군이 활약했던 거점 중 한곳이다. 조선 선조 때 충청・전라・경상도의 삼도수군을 통할하던 통제영을 이곳으로 옮기고, 항구 뒷산을 둘러싸는 통영성을 건립하면서 남해안 일대 최고의 군사거점으로 기능했다. 이 통영성 동쪽 언덕 위에 동포루가 있고, 그 동포루 아래가 지금의 동피랑마을이다.
동피랑마을은 오래 전부터 통영중앙시장과 통영항 근처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살았다. 그런데 통영시가 서민들의 든든한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의 낡고 허름한 집들을 철거하고 동포루를 복원해 주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을 세운다. 도시외관을 해친다는 것이 철거 결정의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이에 시민단체인 ‘푸른통영의제21’에서 공공미술의 기치를 들고 전국에 동피랑 벽화공모전을 진행했고, 응모한 18개 팀이 동피랑마을 담벼락을 형형색색 아름다운 벽화로 채워 넣 었다. 이 벽화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이를 계기로 통영시는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 집 3채만 허물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전하게 된다. 철거 직전의 낡은 동피랑마을은 이렇게 아름다운 동피랑벽화마을로 거듭나면서 전국 벽화마을의 첫 사례가 됐다. 5. 벽화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벽화 작가 6. 평화로운 꽃밭에서 함께 어울려 노는 아이와 곰이 그려진 <나와 곰> 7. 구석구석 다양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는 동피랑벽화마을 골목 8. 멀리 동피랑 앞바다를 관찰하고 있는 개구쟁이 꼬마 아이 9. 소녀와 강아지 그리고 감성이 묻어나는 마을 풍경

구불구불 골목마다 역사와 꿈을 담은 벽화 가득 동피랑벽화마을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이 중 강구안 앞 중앙시장 동쪽, 동피랑 꿀빵집 옆 골목으로 올라가는 길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 이곳에서 2~3분 정도 올라가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삼거리에 다다르는데, 여기가 바로 동피랑벽화마을 입구다. 입구에서 왼쪽, 오른쪽 어느 방향으로 가든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 물론 구석구석으로 다시 좁은 골목길이 열린다. 길을 따라가면 주민들이 사는 집이 있고, 그 담벼락이며 대문 곳곳에 130개가 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해순이의 동피랑 대모험>을 비롯해 <충무공 이순신>, <동피랑을 지키는 호랑이>, <멍게가 좋아>, <고래의 꿈>, <울엄마 일곱 살적에>, <동피랑에 놀러온 어린왕자>, <스파이더맨>, <날개> 등이 담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연못에 핀 연꽃처럼> 옆 핫도그집처럼 가게를 소개하는 벽화도 개성이 넘친다. 이밖에 트릭아트도 있다. 이들 벽화는 그림체도 그림실력도 주제도 제각각이지만 벽화마다 통영의 역사가 있고, 꿈이 있으며, 재치와 유머가 넘친다. 마을 가장 꼭대기에 자리 잡은 동포루는 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이곳에 서면 강구안과 통영 앞바다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바다와 활기찬 항구는 그대로 거대한 예술작품이 된다. 동피랑벽화마을은 제1회 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던 2007년부터 2년마다 벽화축제를 열어 담벼락 벽화를 새로 그린다. 2010년 동피랑 블루스, 2012년 땡큐 동피랑, 2014년 점프 동피랑, 2016년 고(Go) 고(古) 동피랑을 개최한 데 이어, 올해는 제6회 축제를 계획 중이다. 주제는 ‘다같이 동피랑’.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동피랑벽화마을에 꼭 들러보길 바란다. 올 벽화축제 때 바뀔지도 모를 아름다운 벽화를 만나고 강구안의 활기찬 풍경과 바다의 시원함까지 만끽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벽화축제에 참가해도 좋다. 동피랑 담벼락 벽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꿈과 사랑을 담은 그릇이기 때문이다.

Trip Advice 동피랑벽화마을은 2년 단위로 동피랑벽화축제를 개최한다. 6회째를 맞은 올해 축제는 9월 1일부터 10월 5일까지 ‘다함께 동피랑’을 주제로 연다. 벽화축제에 참가하고 싶다면 8월 24일까지 벽화 시안, 참가신청서 등을 제출하면 된다. 9월부터 10월 초 사이에 본격적인 벽화작업을 진행하고, 10월 초에 마을축제와 벽화 그리기체험, 기념공연 등을 계획하고 있다.
동피랑벽화마을 홈페이지 : (www.dongpirang.org)
문의 : 055-650-7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