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ist’s View 한국 자치분권 정책의 평가와 민선7기의 과제
육동일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충남대 교수

2018년 7월 1일부터 민선7기가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민선자치는 이제 건장한 성년이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지방자치는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성년의 본 모습은 아직 아니다. 전국이 모두 똑같은 자치제도의 옷을 입고 미숙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년으로 인정하고 보장해줘야 할 권한도 충분히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성년이 된 이상 그 책임을 더 이상 남에게 미룰 수는 없다. 민선7기의 지방자치는 과거와 달라야 한다. 지금은 한국의 자치분권을 확대・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Ⅰ. 지방자치 부활 27년, 지방자치제의 긍정적인 변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7년째를 맞으면서 그동안 지방자치와 분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지역사회의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최소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 기간 동안 지방자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 한 바 있다. 무엇보다 지방자치 실시로 나타난 큰 성과는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한민국 5천 년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혁명이었다. 오랫 동안 대한민국을 다스리는 주인은 관(官)이었다. 민(民)은 늘 다스림의 대상(Subject)에 불과했다. 이 일방적이고 주종적인 관・민관계를 짧은 기간에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방자치제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이제 주민은 관의 고 객(Customer)으로서, 유권자(Voter)로서, 협력자(Partner)로서 그리고 주인(Owner)으로서 지방자치시대에 그 위상과 역할을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그에 못지않은 중대한 성과도 나타났다. IMF와 외환위기 등의 경제문제, 북핵문제와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사건 등의 남북 간 긴장상태 그리고 대통령 구속, 자살, 탄핵 등의 전대미문의 정치적 혼란기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즉 지방자치를 통해 중앙정국의 혼란과 불안이 지방으로까지 파급되는 현상을 최소화시키고, 여・야 간, 여・여 간 정권교체를 가능케 함으로써 정치발전을 이루었다. 그 결과로 인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들은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주민 복지 향상 그리고 최근 남북평화 분위기 조성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성과만으로도 지방자치 실시에 소요되는 총비용을 보전하고도 남을만한 성과가 나타난 셈이다. 바로 국가사회에 미치는 이 혜택 때문에 선진국들은 앞다퉈 지방자치를 지키고 또 강화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지난 27년간 실시된 지방자치제는 지역실정에 맞는 지역특성화 사업의 추진, 행정 서비스의 수준 향상,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지방자율과 창의행정의 실현 그리고 개성 있는 지역문화의 활성화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Ⅱ. 지방자치가 풀어야 할 숙제 이와 같은 긍정적 변화와 함께 지방자치제는 아직 실망스럽고 우려할만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비정상적인 지방선거의 제도와 관행, 일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문제, 여전히 주민들의 신뢰를 못 받고 있는 지방의회, 강력한 중앙집권적 제도와 관행, 형식적인 주민참여, 지방공무원 자치역량의 미흡 등은 민선 6기 지방자치에서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국정운영의 기본틀과 방식을 중앙집권적 통제체제에서 지방 분권적 협력체제로 전환하지 못한 결과는 급기야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 사건을 초래했다. 그 결과,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불행한 결과로 나타난 바 있다.

그 밖에도 민선 지방자치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 선거는 지난 6・13 지방선거를 포함해 총 일곱 번을 치르는 동안 그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못한 가운데 정당공천을 매개로 중앙정당정치의 종속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전국 자치단체가 광역이든 기초단체든, 인구가 많든 적든, 도시든 농촌이든 모두 똑같이 획일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자치와 분권제도들도 지역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서 주민들에게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그리고 집행기관과 의결기관 간 경쟁과 협력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상황은 자치단체 간 통합이라는 결과만을 냈을 뿐 지방자치 실시로 인한 낭비와 비효율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오래 전부터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시행하고자 했던 지방일괄이양법의 제정, 지방재정의 확충,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비 등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비롯한 지방자치권의 보장은 민선6기에서도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특히 자치경찰제의 실시와 교육자치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지역의 교육과 치안문제가 지방자치의 큰 틀 속에 들어와서 주민참여와 통제를 받지 못한 현실은 주민들이 지방자치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와 계획을 갖고 추진했던 정부들이 기대한 결과를 지금까지도 내지 못하고 있는 주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정부마다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던 자치와 분권, 균형발전 및 정부개혁들을 그 본질적 개념과 목표의 정립, 상충하는 상호관계 그리고 단계별 추진전략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고민 없이 무리하게 한꺼번에 추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치와 분권은 국민들이 그 성과를 체감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공감대를 형성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누구를 위한 자치와 분권이고, 무엇을 위한 균형이고 개혁인지 그리고 지방분권과 자치가 수요자인 주민입장에서 어떤 성과와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서 국민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해서 무관심 내지 불신으로 일관했고, 이를 활성화시키는 추진과정에 동참하지도 못하고 말았다. 그리고 자치와 분권의 추진에는 기득권층의 상당한 저항과 부작용이 반드시 뒤따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극복방안이 전략적으로 마련된 다음 구체화해가야 했는데 이에 소홀한 점도 문제다.

지난 민선6기까지 지방자치와 분권을 위한 노력의 결과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주었다. 짧은 기간 내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지만, 미흡한 점도 많았고 풀어야 할 과제도 던져 놓았다. 무엇보다도 현 지방자치 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자치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이해부족과 무관심이다. 지방 자치가 지역사회에 미친 긍정적 또는 부정적 변화를 주민들이 정확하게 인식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지방자치가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긍정적 변화와 문제점들이 주민들에 의해 제대로 체감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방자치의 원동력이 되는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확립되지 못한 점은 우리의 지방자치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자치로 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Ⅲ. 민선7기 성공을 위한 과제 2017년 7월 19일,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추진될 국정운영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국정운영5개년계획」에는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 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 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등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 전략 그리고 100대 국정과제가 담겨 있다. 1987년 이후의 앞선 정부들이 국가중심의 민주주의의 확장에 치중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국민 중심의 민주주의’라는 촛불 시민혁명의 정신을 확고히 받들겠다는 국민에 대한 약속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이제는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다행히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의 국정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11개의 국정과제와 53개의 실천과제에는 획기적인 지방분권 추진과 주민참여의 실질화,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 교육자치의 강화, 제2국무회의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분권 국가를 만들겠다는 문재인정부의 높은 의지는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지난 6・13 지방선거의 결과는 자치분권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 효과를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현 정권의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정권이 지향하는 자치분권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또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의 지방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에 자치단체 간 협력과 대도시의 광역 행정은 물론 권역별 초광역적 발전도 성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민선7기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첫째,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중앙정치의 쟁점만 부각된 채, 지방이슈가 없는 지방선거였다. 그 결과, 중요한 직책을 맡을 후보들의 자질과 리더십은 철저하게 검증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제해결을 위한 후보들의 공약이 공론화되거나 토론 과정도 없었기 때문에 향후 지역의 현안문제를 해결을 위한 정책으로 숙성될 기회도 갖지 못했다. 따라서 민선7기에서는 민선자치 부활 이후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 지방자치의 비리와 부패, 낭비와 비능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혁신과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정치에서 일당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되었다. 즉 집권여당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광역과 기초단체장 그리고 각 지방의회의 과반수를 석권함으로써 일당 독점적인 양상이 전국으로 확대된 점이다. 따라서 특정 정당의 지역지배 구조는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종속시킬 가능성을 보다 크게 열어놓고 있다. 더욱이 단체장과 의회 간의 기관대립형 제도를 취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당 독점구조는 지방의회가 견제와 감시보다 거수기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민선7기에서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된 가운데 다음의 총선이나 대선을 위한 당리당략적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지방자치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다. 따라서 건전한 언론과 시민단체가 얼마만큼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지방행정을 감시・견제할 수 있느냐 하는 점도 큰 숙제가 되었으며, 이 참에 지방감사원의 설치 등 지방감사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게 되었다.

선진국일수록 국가와 지역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 국정운영의 민주성과 효율성의 실현을 위해서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이 된 자치권의 보장을 위해서 자치분권을 확대・강화해가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추세와 우리나라의 국가발전 단계 그리고 국민의식수준으로 보아서 민선7기에서는 적극적으로 지방분권형 개헌도 추진해서 결론을 내고 자치경찰제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지방재정의 획기적 확충과 지방이양일괄법도 통과시켜야 한다. 요컨대 지방자치와 분권의 길은 힘들고 고단한 과정 이지만 대한민국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정신이며, 민선7기 성공의 지름길이다.


KEY POINT ① 한국 자치분권 정책의 긍정적인 변화와 풀어야 할 숙제
1. 지방자치 실시로 나타난 큰 성과는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
2. 다만, 비정상적인 지방선거의 제도와 관행, 일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문제, 여전히 주민들의 신뢰를 못 받고 있는 지방의회, 강력한 중앙집권적 제도와 관행, 형식적인 주민참여, 지방공무원 자치역량의 미흡 등은 민선6기 지방자치에서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

② 민선7기의 과제
1. 민선자치 부활 이후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 지방자치의 비리와 부패, 낭비와 비능률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과 구체적인 방안 마련
2. 건전한 언론과 시민단체가 얼마만큼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지방행정을 감시・견제할 수 있느냐 하는 점도 큰 숙제가 되었으며, 지방감사원의 설치 등 지방감사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