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볼(Punch Bowl). 입 밖으로 나오면 맛있는 화채가 연상되는데, 여기에 단어 하나를 덧붙이면 상징적인 메시지가 담긴다. DMZ 펀치볼. 단 세 글자가 더해졌을 뿐인데 그 이름이 참 무겁다. 평생 강원도에서만 살아온 필자에게도 아직 낯선 곳 중 하나인데 어쩌다 찾아올 때면 늦게 맞는 봄이 보여주는 모습에 매번 벅찬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곤 한다.
D 되게, M 멋지고, Z 좋은, 펀치볼
해발 1,100m가 넘는 대우산, 도솔산, 대암산, 가칠봉에 둘러싸여 비무장지대와 경계를 이룬 해안분지(亥安盆地). 해질녘 노을이 물들면 칵테일 유리잔에 담긴 술빚을 담은 풍광이 유명하다는데, 한낮에도 특이한 지형이 한눈에 들어온다. 6ㆍ25 전쟁 당시 외국 종군기자들이 화채 그릇(Punch Bowl) 모양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 이제껏 이어져 온 곳이다. 남북 길이 11.95km, 동서 길이 6.6km에 면적은 44.7㎢로 여의도의 6배가 넘는다(두산백과).
펀치볼 안쪽으로 테두리를 두른 형태로 탐방로가 만들어졌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전적비도 여러 개이고 곳곳에 지뢰를 알리는 푯말이 있다. 여름이라면 천연기념물 개울을 따라 열목어, 개느삼을 비롯해 금강초롱 같은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것을 볼 터이지만 아직은 이제 막 얼은 땅을 뚫고 꽃망울을 피워 보여주는 복수초와 바람꽃이 대견하고 반갑다.
만대벌판길에서 만나는 탁 트인 평야
만대벌판길은 국립 DMZ자생식물원, 만대저수지, 성황당을 지키는 졸참나무 보호수와 만나고 대암산 자락의 능선과 계곡을 오르락내리락 걸으면서 소나무 조림지 아래로 펼쳐진 만대 평야의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할 수가 있단다. 이른 아침 도로를 타고 산으로 오르면 안개의 절경이란다.
오유밭길, 평화의숲길, 먼멧재길의 아름다운 정경
오유밭길은 대우산 자락의 황톳길을 걷다 보면 천연기념물인 217호 산양의 서식지를 엿보고, 야생화 공원, 학사모 바위에 얽힌 전설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사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평화의숲길 코스는 군사분계선의 상징물인 벙커, 교통호, 월북 방지판, 철책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와우산 자작나무숲은 보존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둘레길 운영팀에서는 걸을수록 반하는 길이라고 권한다. 먼멧재길은 자작나무숲과 지뢰밭 길을 통과하여 대암산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금강산, 무산, 운봉, 스탈린 고지 등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 산하와 남쪽의 설악산, 점봉산, 향로봉의 산봉우리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DMZ 펀치볼 둘레길
비무장지대이니 만큼 예약은 필수. 양구군 해안면 후리 621
www.dmztrail.or.kr│komount.kr│033-481-8565│
따뜻한 시골 음식 숲밥도 배달한다.
DMZ 펀치볼 둘레길 코스
* 만대벌판길 : 편도 21.9km(5시간 30분)
- 센터 - DMZ자생식물원 - 성황당 - 강송조림지 - 먼멧재숲길
* 오유밭길 : 편도 21.12km(5시간)
- 센터 - 오유 저수지 - 야생화 공원 - DMZ 자생 식물원 - 선사 유적지
* 평화의 숲길 : 편도 14.km(4시간)
- 센터 - 와우산 전망대 - 자작나무숲 - 잣나무숲길 - 정안사
* 먼멧재길 : 편도 16.2km(4시간 20분)
- 센터 - 지뢰지대 - 먼멧재봉 - 전차방어선 - 만대벌판길
글 조은노 / 자료제공 동트는 강원 9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