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언제나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첫 비즈니스 미팅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첫 만남과 첫 인사에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나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글로벌 매너는 무엇일까? 바로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인사와 명함 매너이다.

제네바 유엔 근무 시절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스토리지 업체인 S 기업의 부장님과 몇 명의 관계자들이 스위스를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스위스 소재 전국 체인망이있는 'Coop'이라는 할인 체인에 자사제품의 납품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미팅이 시작되기 전, 한국인 부장님이 정성스럽게 가져온 선물 포장지를 풀었다. 용문양이 들어간 조그마한 소장용 장구였다. 순간, 스위스측 직원들 표정 가운데 당혹함이 확연히 보였다. 스위스에서 용은 상서롭지 못한 괴물인 것이다. 결국 이후 진행된 미팅은 냉랭하게 진행됐고 결과 역시 바람직하지 못했다. 이렇듯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작은 선물조차도 상대방 문화에서의 상징성, 윤리, 보편성, 실용성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상대적인 흉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호에선 한국의 주요 교역국 국민의 비즈니스 매너 중 인사와 명함 교환에 관해 살펴보자.

친근한 악수를 선호하는 미국과 유럽

미국이나 유럽인들은 첫 번째 대면에서 대부분 악수 형태로 인사를 교환한다. 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미국인들은 당신이 어떤 형태의 인사를 하건 관용을 갖고 받아들일 것이다. 세계 최대의 '긍정교' 교도들인 미국인들은 어떻게 하는가보다는 무엇을 하는가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신이 손을 뻗어 미국 파트너의 손을 힘차게 쥐고 서너 번 흔드는 악수를 한다면 아주 오랜만에 친구 같은 동양인을 만났다고 느낄 것이다. 이때 시선은 상대방의 눈을 부드럽게 쳐다보며 반가운 미소를 짓는다. 한국 비즈니스맨들에게 가장 익숙지 못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영혼이 눈에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눈으로 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따라서 악수할 때, 대화할 때 눈을 쳐다보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신뢰감을 잃을 수도 있다. 미국인들은 조금만 친해지면 호칭에서 존칭인 Mr. 또는 Ms.를 생략하자고 한다. 이러한 제의를 받으면 주저하지 말고 원하는 대로 호칭해준다. 단, 이러한 초대 전까지는 존칭을 생략하지 않는 게 좋다. 혹시 웃옷을 벗자고 한다면 거부감 없이 응해준다. 미국인들과 그룹으로 만나 인사를 나눌 때 대표의 리더격을 제외하곤 명함 수교를 생략할 때가 많다. 이는 우리처럼 명함 교환을 종교의식처럼 하지 않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살짝 쥐는 가벼운 악수로 통하는 중국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자기들끼리 처음 만날 때는 악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저 턱을 조금 앞으로 빼며 "니 하오"하는 것이 전부다. 중국의 수지침에선 손바닥이 온몸의 혈도와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러한 믿음은 중국인을 세상에서 가장 악수를 꺼리는 종족으로 만들었다. 악수를 하는 것은 마치 몸을 '홀라당' 벗고 비비는 듯한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도시에서 '외국 물' 좀 먹은 젊은이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턱을 앞으로 내밀며 "니 하오" 또는 "닌 하오(조금 더 예의를 갖춘 형태)"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급성장하고 외국인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모든 중국인이 악수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정리하면 중국인 파트너와의 초면 인사는 서양식의 악수도 가능하고, 또는 중국식의 인사 역시 가능하다는 얘기다. 악수할 때 손에 힘을 주는 것은 미국 문화와 달리 약간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느니 살짝 쥐는 둥 마는둥 하면 된다. 호칭은 일반적으로 남성에게는 '씨엔셩', 미혼여성에게는 '사오지에', 기혼여성은 '뉘쓰'라고 호칭하면 된다.

중국인의 명함엔 종종 휴대폰 번호가 프린트돼 있지 않을 때가 있다. 이는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공사 구분을 명확히 하던 관습 때문이다. 이때 상대방이 명함을 테이블 위에 놓고 수기로 자기의 휴대폰 번호를 적어 준다면 아직 '신의' 정도는 아니지만 좀 특별한 관계가 가능함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파트너나 대리인이 혹시 공항이나 기차역까지 나와 '후아닝(환영)'을 해준다면 눈물 나게 고마워해야 한다. 그리고 훗날 그들도 비슷한 의전을 기대할 것이다. 이때 대리인이 운전기사라 하더라도 홀대하지 말아야 한다. 훗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운전기사가 손님을 접대하는 대표와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화 도중 끼어들어 자기의 주장을 언급하기도 하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인은 상대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비굴할 정도로 극히 저자세를 취한다. 이때도 같이 저자세를 취해야 한다. 2500여 년 전 공자는 "리쌍왕라이", "예의 쓰임에는 조화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고, 이들은 현인의 말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