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수반 법률의 완결성 문제

법률의 완결성은 법률이 규정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목적의 달성과정이 책임성과 민주성에 근거하며 부정적 파급효과를 초래하지 않은 경우에 더욱 확고해진다. 많은 법률이나 법률안이 정책 및 사업의 주체를 중앙부처로 규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는 그 정책이나 사업의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률이나 법률안이 완결성이 부족한 상태로 통과되거나 제출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즉 재정수반 법률안,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수반하는 규정을 제ㆍ개정하는 법률이 정책이나 사업의 주무부처가 재정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을 누락하거나 면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본 글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 국회의 입법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은 17,822건이며, 이는 제17대 국회의 7,489건과 제18대 국회의 13,913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재정수반 법률안은 5,055건이며, 그중 430건(9%)이 통과되어 전체 법률안의 가결율보다 매우 낮다. 재정수반법률안 중 사업법안(3,836건, 76%)이 대부분이며, 사업법안 중 국방 및 외교ㆍ통일, 공공질서ㆍ안전, 일반공공행정과 관련된 행정법안이 2,187건(57%)을 차지하였다. 제20대 국회에서도 재정수반 법률안이 다수 발의되거나 통과되었으며, 사업법안 중 행정법안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제출ㆍ통과되는 법률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수반하는 법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재정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개선이 필요하다.

제ㆍ개정 법률안의 완결성 문제 분석

2016년 제출된 지역공동체활성화기본법안은 시ㆍ도 및 시ㆍ군ㆍ구로 하여금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사업을 수행할 책무를 부여하면서행정자치부 등 중앙부처의 행정ㆍ재정 지원계획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택시발전법 개정안은 택시공동차고지 설치 및 운영을 위한 재정지원의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하면서 시ㆍ도의 지원분에 대하여 국가가 지원하는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지역공동체활성화기본법 제11조의 ②항은 기본계획에 포함할 사항으로 「지역공동체 활성화 중장기 정책목표 및 기본방향, 국가가 중점적으로 시행해야 할 지역공동체 활성화 주요시책, 지역자원을 활용한 소득과 일자리 창출 방안,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필요한 인력 양성 방안 그리고 그 밖에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시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누락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제출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택시발전법 개정안)은 택시운송사업자 등이 택시공동차고지 및 그 부대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면서 그에 필요한 재원의 보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넘기고 있다. 즉 택시발전법 개정안 제7조 ②항의 1을 개정하면서 시ㆍ도가 택시운송사업자에게 보조한 자금에 대하여 국가가 시ㆍ도에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 국가의 지원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즉 현행 택시발전법은 시ㆍ도가 택시공영차고지 설치에 보조한 자금에 대하여 국가가 시ㆍ도 그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지만, 택시공동차고지의 설치 및 임차에 관한 자금의 지원에 대한 국가의 지원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의 제ㆍ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을 넘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적절한 수준의 재원을 확보하지 않고 법률에 의해 의무적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자칫 형식적인 사업의 추진이 되어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자립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켜 주민의 행복을 증진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법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또한, 택시공동차고지 설치를 통해 지역주민의 공간 활용의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

법률안의 완결성 향상을 위한 과제와 해결방향

국회의 입법에 의한 정책이나 사업의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재정부담은 우선적으로 중앙정부가 지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의 준수를 위한 두 가지 해결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입법자 즉 국회의원이나 중앙정부 공무원이 법률안을 발의하는 경우에 법률의 시행에 필요한 자원의 확보와 지원 방법까지 고려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정책시행에 따른 긍정적효과를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률에 따라 시행하는 정책이나 사업이 초래할 수 있는 부담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사전에 해결할 수 있도록 법률안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중앙정부의 정책기획 기능에 초점을 두고, 우리나라 중앙과 지방의 수입 비율 및 규모를 고려하지 않는 법률안의 제출을 지양해야 한다.

둘째, 법률의 제ㆍ개정에 있어서 주관 중앙부처로 하여금 반드시 재원의 조달과 배분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재정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중앙부처가 시행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하거나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도록 의무화하는 법률안에 대해서는 주관 중앙부처로 하여금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하는 규정을 반드시 명시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원칙의 정립을 위해 기존 법률의 개정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법률의 제ㆍ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에 제출된 법률안은 반드시 재원의 조달과 배분의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재정계획을 수립하고, 그 내용을 법률안에 포함하도록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 이는 국회법이나 지방재정법 등의 개정 또는 개별법의 제정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중앙정부 수준에서 실시하고 있는 재정영향평가제도를 원용하여 법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