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어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소식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바다 건너 섬에 위치한 영국이란 나라의 유럽연합 탈퇴는 무엇을 의미하기에 우리나라와 세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일까. 그 의미를 자세히 파헤쳐보자.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발상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던 영국은, 현재에도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며 53개 영연방의 수장국,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G7, G20, NATO 회원국이라는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세계사의 흐름에 적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신사의 나라 영국이 2016년 6월 국민투표(Referendum)를 통해 EU 탈퇴(Brexit)를 결정함으로써 영국은 자국 내 혼란, EU 통합성 저해,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고립주의 팽창 우려 등 세계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영국민은 왜 EU에서 탈퇴를 원했으며, 국민투표 이후 영국과 EU의 상황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그리고 Brexit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EU 잔류ㆍ탈퇴 국민투표 실시배경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는 합리적 선택인가? 아니면 감정적 반발인가?"
카메론 총리는 2015년 5월 총선을 준비하면서 보수당 내 EU 회의론을 돌파하는 방편으로 영국의 EU 잔류ㆍ탈퇴에 관한 국민투표 실행을 공약으로 내걸고 총선에서 승리하였다. 이후 EU 잔류를 위해 2015년 11월 EU 개혁요구안을 제출하였고, EU 정상들은 이를 대폭 수용하면서 EU 내에서 영국의 특별대우를 인정받았다.
영국의 EU 잔류를 위한 EUㆍ영국 합의안 주요 내용
1) 이민 정책(영국으로 이주한 EU 국민의 복지혜택 제한)
2) 영국의 주권 강화(EU가 제정한 법률의 거부권 인정, EU 통합원칙에서 영국 배제)
3) 재정ㆍ금융정책 독립성 강화
(비유로존 EU 회원국의 합법적이익 존중, EU 재정 금융정책에 대한 영국 거부권 인정) 등
카메론 총리는 2016년 2월 20일 긴급각료회의를 통해 EU 잔류 지지를 정부 입장으로 합의(단, 각료들에게 개인 자격으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자유 허용)하고, 6월 23일 EU 잔류ㆍ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영국은 EU 잔류파(카메론 총리를 중심으로 필립 하몬드 외교, 조지 오스본 재무,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 등과 노동당, 스코틀랜드 국민당)와 탈퇴파(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등)로 나뉘어져 캠페인을 벌였다. 영국의 EU 탈퇴(Brexit) 논의의 배경은 ▲동유럽 노동자 유입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 이민자 복지부담 증가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불만증가 ▲EU 내 독일과 프랑스의 영향력 확대로 인한 영국의 상대적 입지 약화 경향 ▲영국의 외교정책 전통(Splendid Isolation) ▲EU의 무역정책보다 더욱 자유로운 무역 추진을 희망하는 영국 내 분위기를 들수 있으나, 저소득층의 부의 편중에 대한 불만,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 이민족 유입에 따른 인종적 갈등 등 국민 저변의 정서적 불만표출이라는 분석도 있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EU 탈퇴ㆍ잔류 여론은 지역(런던 및 잉글랜드 외부지역은 잔류), 인종 및 소득(백인 중산층은 탈퇴 선호)등에 따라 분열되었고 캠페인 과정에서 상호비방 등 감정적 대립으로까지 치달으며 잔류를 지지하는 조 콕스 국회의원이 피살되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결국, 외교, 안보적 필요성, EU라는 단일시장에서 오는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는 잔류파의 이성적 주장은, 이민 등 동유럽 노동자 유입을 막아 영국민의 일자리를 지키고 더 많은 복지혜택으로 영국민의 주권을 되찾자는 탈퇴파의 감정적 호소에 패하여 Brexit라는 역사적 결론을 맞이하게 된다.
국민투표 이후 영국 정세 및 EU의 반응
"48%의 이성과 합리를 52%의 오만과 편견이 승리?"
우여곡절 끝에 결국 국민투표는 51.9%(잔류 48.1%)의 지지로 EU를 탈퇴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52%가 탈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 48%의 잔류를 희망한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같은 문제로의 귀결이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반으로 쪼개진 국론을 통합하고 영국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Brexit 지지자들은 단일한 하나의 집단이 아니며 지지 이유도 다양하다. 그들 중에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적극적인 사람들도 상당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세계화에서 소외되고 대영제국의 영광을 그리워 하는 고령자, 저학력, 저소득층만은 아니다. 노동당의 당론과 SNP(스코틀랜드 국민당) 외에 중산층과 지식층을 대변하는 보수당 의원 약 45%를 포함 기업계, 금융계 인사들도 상당 부분 탈퇴를 지지했다.
영국민의 EU 탈퇴 결정은 ▲EU에 잔류하는 한 이민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로 인해 서민층이 실제로 느끼는 상실감과 불만, 부담 증가 ▲경제 및 정치에 대한 불만을 반체제(Anti-Establishment), 반엘리트(Anti-Elite), 반세계화(Anti-Globalization)로 분출하는 세계적 포퓰리즘 강화 추세 영향 ▲영국이 EU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더 역동적이고 큰 세계로 뻗어가야 한다는 중장기 국가비전(자유무역과 민주주의 신장) ▲이미 경제 모든 측면에서 영국 국민이 선출하지 않고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EU 집행부에 대한 반감 정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충분히 예상되는 단기적(2~3년) 손해와 혼란보다는 중장기적인 기대와 비전이 앞서면서 EU 탈퇴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Brexit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영국 내부에서는 투표결과에 대한 책임공방과 각 정당의 당수 교체 등 국론분열, 국민투표 결과 발표 직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가 'EU'였다는 것은 영국민들은 EU가 뭔지도 모르고 투표했다는 조롱이 나오는 등 영국민 자신들의 혼란뿐만 아니라 다른 EU 회원국들은 영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조기 EU 탈퇴 논의를 요구하는 등 다가올 불확실성에 대한 야속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영국의 EU 탈퇴 과정 및 양측의 입장
"영국의 EU 탈퇴 협상의 핵심은 단일시장 접근과 이민통제간 Trade~off"
EU 잔류를 이끌었던 카메론 총리는 국민투표 이후 사의를 표명하고 메이 신임 총리가 취임하였다. 새로운 내각의 최대 현안은 Brexit논의로 인한 쪼개진 국론을 봉합하고, 결정된 EU 탈퇴를 영국 국익에 부합하도록 최선의 전략을 마련하는 일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메이 총리는 7월 13일 취임 첫 연설에서 특권층만이 아닌 저소득층, 사회약자층을 포함한 모든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정책방향을 제시(그동안 카메론 총리의 긴축재정정책을 수정하여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서민 생활 개선을 위한 조세·복지정책을 시사)하고 스코트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방문을 통해 EU 탈퇴 논의가 영국의 통합과 단결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다독이고 있으며, 새로운내각구성에 탈퇴파 및 잔류파 인사를 고루 기용하면서 국론 통합에 주력 중이다.
EU 탈퇴 협상에서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한 전략을 구상 중이며, EU 탈퇴 협상 과정에서 영국의 국익 보전을 위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지기를 원하며, 취임 후 바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방문하여 정상들에게 EU 탈퇴 절차 개시를 2017년 이전에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 Brexit는 투표결과 자체로 EU에서 탈퇴가 되는 것은 아니다. EU 탈퇴절차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50조는 EU 회원국이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면 그로부터 2년간 탈퇴협상을 가지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국민투표 직후 EU 탈퇴안의 부재, 탈퇴 후 다른 나라와의 통상교역안 부재, 이를 준비할 조직, 인사가 부족한 영국은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기를 원하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및 유럽의 입장은 또 다른 회원국의 이탈을 막고 혼란을 피하기 위해 조속한 탈퇴협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영국의 입장에서는 유럽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유럽 단일시장 접근을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며, EU 각국은 그에 상응하는 이민자를 받아들이고(영국과 EU 상호 간에 거주하는 타방의 국민 처우도 문제) 비용을 부담하기를 원하므로 영국의 탈퇴협상은 이 둘에 대한 주고받기식 협상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EU를 탈퇴하더라도 유럽을 떠나는 것은 아니며, 대외지향적인 국가로서 국제무대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
국내적으로 메이 총리는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면서 EU탈퇴부(EU탈퇴 협상 담당), 국제통상부(EU 이외의 국가들과의 무역협정 체결에 주력)를 신설하고 외교부의 기능조정을 통해 EU 탈퇴에 따른 전반적인 대외관계 조정을 맡겼다. 이는 EU와의 협상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아시아, 미국 등 EU 이외 국가와의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관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Brexit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및 의미
우리나라와 영국의 대외무역은 약 75억 달러 수준(우리 전체 수출량의 1.4% 차지)으로 미비하고 영국주재 주요 기업들에게도 파운드화 하락이나 주식시장 변동에 따른 큰 충격은 없어 보이나 중요한 것은 영국이 EU 탈퇴 후 체결하여야 할 무역협상 준비, 그리고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서의 기능변화에 따른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것이 조금 큰 덩어리가 두 개로 나뉘어진 미비한 영향일 수 있으나 세계사조의 흐름에서 Brexit로 촉발된 여러다른 움직임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 다만, 통합과 분리라는 커다란 두 역사적 가치가 Brexit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면, 그래서 두 가치가 적절히 균형 잡히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이는 몇개 기업이 망하고 이민문제로 갈등이 일어나고 하는 일에 비할 데가 못될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최근 가디언지에 기고를 통해 "영국의 EU 탈퇴는 영국인의 시기심과 고립주의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따라서 Brexit의 출현을 가능케 한 부에 대한 잘못되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고 국가 간 이러한 부를 공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지 못하면 인류의 멸종이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기우일지 모르지만, Brexit를 가능케 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이 같은 본능은 덕(Virtue)이라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체제의 근원적인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Brexit를 바라보는 제3자적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라고 본다. Brexit가 이루어진 배경, 진행 상황, 이후 각 개체의 입장 등을 보며 한국 지방자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지나친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