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아름다운 상징, 붉은광장

러시아 모스크바의 중심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광장이 있다. 17세기부터 '붉은광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 광장은 본래 상인들의 거래장소로 줄곧 활용되어오던 곳이었다. 광장 자체보다는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 덕에 유명해졌는데, 러시아 최초의 백화점 '굼', 양파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성 바실 대성당', 크레믈린 궁전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러시아어로 '붉은'과 '아름다운'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크라스나야'*가 광장의 이름이 된 것도 이 빼어난 건축물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붉은광장의 의미는 역사 속의 화석으로 남은 것이 아니라, 지금도 메이데이 등 시위행사나 사열식 장소로 활용되며 여전히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있다. (* 붉은광장의 러시아 명칭은 '크라스나야(붉은, 아름다운) 플로샤디(광장)'이다.)

"설계자들의 눈을 멀게 하라" 성 바실 대성당

성 바실 대성당은 16세기 러시아 집중식 성당 건축의 최고 역작으로 손꼽힌다. 상단 중앙이 뾰족하게 솟아있는 양파모양의 지붕이 특징인데,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아홉 개의 양파모양 지붕이 모양도 높이도 서로 제 각각이라 더 이색적이다. 처음 보는 타국의 궁전에서 기묘한 익숙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추억의 게임 테트리스 탓이다. 테트리스 화면의 배경에 나왔던 건축물이 바로 성 바실 대성당의 모습을 본 딴 것이기 때문이다.

성 바실 대성당은 본래 카잔 성당과 함께 자리했었다. 1561년 이반 대제가 몽고군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성 바실 대성당을 지었듯이, 카잔 성당 역시 폴란드를 상대로 큰 전쟁을 치르고 승리로 이끌었던 포자르스키 대공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1633년에 건축하여 두 성당이 서로 짝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1930년대 카잔 성당이 인근의 수녀원과 함께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성 바실 대성당만이 외따로 남게 되었다. 짝 없이 홀로 남겨진 성 바실 대성당에는 다음과 같은 비정한 일화만이 함께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성 바실 대성당의 설계와 건축을 명한 사람은 이반대제였다. 그는 성당이 완공되자 그 아름다움에 탄복하여 다시는 이와 견줄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공사에 참여한 모든 설계자의 눈을 멀게 했다.'

러시아 역사의 목격자, 크레믈린 궁전

크레믈린 궁전은 러시아 최고의 건축가는 물론, 해외 유명 건축가들까지 총동원되어 지은 역작이다. 러시아어로 크레믈린(kremlin)은 성채(城砦) 또는 성벽(城壁)을 뜻하는 단어인데, 첫 글자인 'K'를 대문자로 표기하는 경우에 한해 크렘린 궁전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쓰인다. 이 사실만 봐도 러시아 건축물 사이에서 크레믈린 궁전의 위엄을 확인할 수 있다.

크레믈린 궁전은 당대 유행하던 사조는 물론 그 어느 시대의 건축양식에도 기대지 않은 독자적 양식으로 건설되었다. 이후 루돌포 피오라반티의 성모 승천 대성당, 마르코 루포와 피에트로 안토니오 솔라오가 건축한 그라노비타야 궁전은 크레믈린 궁전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쓰임새와 달리 건축 당시 크렘린 궁전의 목적은 '요새'였다. 5개의 문, 29개의 탑으로 그리고 삼각형 모양의 성곽으로 둘러싼 이 궁전은 돌고루키가 모스크바 강과 니에글린나야 강이 만나는 지점의 언덕에 우뚝 서 요새로 13세기까지 제 역할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전쟁의 위험이 줄어든 13세기 이후 크레믈린 궁전의 역할은 요새에서 국가 주요 사건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이때부터 다양한 국가의 중요행사 및 회담은 크레믈린 궁전에서 치러져 국가의 필수적 회담장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사트페테르부르크 건설 이후 200여년간 역사적 사건들로부터 소외되었지만 이후 구소련 각료회의, 최고 간부회의를 이곳에서 치르고 의회가 크레믈린 궁에 들어서며 다시금 역사의 중심에서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혁명의 의미를 깊이 새기기 위해 영웅들의 유골을 안치한 곳 역시 바로 크렘린 궁전이다. 한 국가의 주요 역사적 사건과 현대사의 정수가 밀집된 하나의 건축물, 그곳이 바로 크레믈린 궁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