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문화의 중심지 프라하는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중세 유럽의 정취에 빠져들게 만드는 도시이다. 천 년의 문화 속에 피어오른 프라하 건축사는 이곳의 풍광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최고의 아이템. 돌아보는 곳곳마다 고도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그런 프라하 중심으로 솟구쳐 오른 웅장하면서 거대한 성이 하나 있다. 바로 프라하의 심장이자 천년 중세문화의 정점인 프라하 성이다.

프라하 성, 유럽의 천년 건축사를 아우른 위대함

프라하 성과 첫만남을 가진 사람은 그 압도적 웅장함과 화려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길이 570m의 끝없이 펼쳐진 성은 유럽 최대의 성이라는 닉네임이 아깝지 않게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여기에 뾰족한 고딕양식과 우화한 르네상스양식 그리고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바로크양식의 조화는 프라하 성을 더욱 고풍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웅장한 성을 만들 것인가.

프라하 성의 시작은 보헤미아 지역을 통치했던 보리보이 공에 의해 세워졌다. 그 후 90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군주가 성을 증축하며 웅장한 모습으로 탈바꿈시켰고 14세기 카를 4세 때 와서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체코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그는 보헤미아의 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프라하를 신성로마제국의 수도로 정하고 정치, 경제, 문화 전 분야의 성장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고딕양식으로 왕도의 중심인 프라하 성을 재건축했고 프라하 성은 웅장한 성으로 탈바꿈하며 이때부터 체코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성장하였다.

이후 보헤미아가 합스부르크 왕가에 합병된 15세기에 르네상스풍의 '왕실 정원'과 '스페인 홀' 등이 건축되며 또 하나의 양식을 흡수했다. 바로크 시대로 불리는 18세기에는 바로크 양식을 가미한 재건축이 이루어 지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호화로움을 더한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이때의 프라하 성은 왕도 빈이 누리는 제국다운 호화로움을 따라가려 애쓰는 그저 변방의 성에 불과했다. 다시 옛 영광을 찾은 것은 그로부터 100년 후인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 설립되면서다. 체코 민족주의 상징으로 프라하 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민족의 성지로 급부상했고, 지금까지도 체코 국민의 자부심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프라하 성, 그 길목에서 들려오는 카를교의 전설

프라하 성이 가진 위대한 역사만큼 그 속에는 수많은 전설이 담겨있다. 그 중 프라하 성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카를교의 슬픈 전설은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구전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2세기 보헤미아 왕국의 왕비가 왕이 전쟁을 나간 사이 한 장군과 사랑에 빠져 외도를 한다. 왕비는 죄책감에 성하벨 교회 본당신부인 네포무크를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비밀이 없는 법. 이 사실을 알게 된 왕은 분노하고 네포무크를 불러 진실을 말하라고 명한다. 고해성사 내용은 절대 밝힐 수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문 네포무크. 화가 난 왕은 갖은 고문과 함께 카를교 아래 블타바강으로 그를 던져버리라 명하고 네포무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시신은 프라하 성에 있는 성비투스 성당으로 옮겨져 묻혔으며, 그의 강직함과 신앙심은 존경과 귀감이 되어 1729년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그를 기리기 위해 카를교 중간에 네코무크 청동상이 세워졌다. 청동상 두 번째 동판에는 그가 강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이 부분을 만지면 네포무크의 성스러운 기운으로 행운이 찾아온다는 전설 있다. 이 때문일까. 프라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프라하 성과 함께 카를교를 찾아 네포무크의 성스러운 청동상 코스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오랜 세월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체코 프라하와 유럽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사람들을 맞이하는 고성의 위용과 사제로서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었던 네포무크의 이야기가 담긴 카를교의 전설까지 프라하 성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리고 지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프라하 성은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