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등 영국의 대표적인 밴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거의 모든 경우 유명세를 타기 전에 동네 펍에서 공연을 했다는 점이다. 'Gig'이라고 불리는 라이브 공연은 영국 젊은이들의 중요한 문화 일부이다. 영국의 많은 펍들은 가수 또는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장소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무대는 협소하고 최소한의 기술 장비밖에 없다. 공연하는 사람들 역시 겉모습이 변변치 않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체 직접 가져온 악기를 설치하고 무대를 꾸려나간다. 무대매너와 실력도 다양하다. 수줍고 어색한 가수들이 있는가하면 전문가 수준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가수들도 많다. 이러한 'gig'은 계약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unsigned artists'들이 실력을 뽐내고 팬층을 늘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밤 8시 이후 동네 펍에 가면 흔히들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펍 한쪽에서는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서서 혹은 앉아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펍 입장에서는 윈-윈이다. 라이브 음악이 있는 날들은 다른 날보다 평균 300파운드를 더 번다고 한다. 금요일 또는 토요일이라면 다른 날 보다 평균 매출이 667파운드 더 높다. 1년에 100,000파운드 더 벌 수 있는 셈이다(CGA Strategy Research, 2011). 대부분의 펍은 입장료를 받지 않지만 때때로 5~6파운드의 입장료를 내야할 때도 있다. 몇몇의 프로포터들은 그 날 공연하는 가수 또는 밴드가 몇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오라는 조건이 있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라이브 공연은 펍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펍이 라이브 공연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음악 산업을 강화시키고 지역 주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다. 실제로 펍은 Public House의 줄임말로 ‘공공의 집’을 뜻한다. 지역 주민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서로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프집’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가 있다. 이러한 펍들은 라이브 공연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음향기기 설치는 물론 음향 기사를 고용해야 한다. 벽과 지붕은 어느 정도 방음이 되어야 하며 펍 주인은 여러 종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많은 장소에서 다양한 음향기기를 테스트 할 수 있고 아마추어 음향 기사는 라이브 음악을 믹스하는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된다. 서로 경쟁을 하면서 대중에게 전달되는 음질 및 음악적 경험의 수준이 높아진다. 이 과정을 통해 전반적인 라이브 공연 인프라가 구축되는 문화적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가수 및 밴드에게도 훌륭한 기회이다. 대부분의 독립 아티스트들은 프로모터에게 연락을 취해 공연할 수 있는 펍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여러 규모의 관객 앞에서 노래를 하고 동료 아티스트를 격려하며 관계를 쌓을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이 되기도 한다. 관객은 백 명이 넘을 수도 있고 한 두명 일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관객 중 유명 프로듀서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노래는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제작한 작품들이 아니다. 중독성 있는 춤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진솔하고 공감되는 가사와 멜로디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아마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지인의 사랑을 받고 꾸준히 팬층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즐거운 경험이다. 친구들과 함께 놀러왔든 공연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왔든 맥주 한잔을 손에 들고 아마추어 밴드의 오리지널 음악을 듣는 것은 매우 전형적인 영국 경험이다. 잘하던 못하던 무대에 서있는 사람을 응원하고 박수치는 관객의 모습에서 영국 젊은이들의 가치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런던을 방문한다면 Amy Winehouse와 The Libertines가 자주 공연한 The Dublin Castle 펍, Sex Pistols와 Jamie Cullum이 자주 공연한 The Spice of Life 펍, 마지막으로 Elton John, 그리고 1960년대 일요일마다 Lionel Grigson이 공연한 The Troubadour 펍을 가서 라이브 음악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