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가 공존하는 바르셀로나에 도시의 빛이 되어 준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이자 가우디의 마지막 역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이 둘은 서로의 분신으로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모든 것이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 그 자체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흔히들 성당이라고 하면 고딕양식의 뾰족한 탑들과 각이 진 그런 건물을 연상하곤 하지만 사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런 고정관념을 한 번에 무너뜨린다.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성당의 어느 곳을 보더라도 각진 곳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총 12개의 옥수수 모양의 종탑과 가우디가 생전에 완성한 예수의 탄생' 파사드는 포물선 구조를 취하여 측면의 첨탑이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이러한 모습은 형식주의적인 건축이 절정을 이루던 시대에 여태껏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당을 구현하여 고딕양식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던 가우디의 아이디어다. 가우디는 성당 내부에도 자신만의 건축양식을 담아냈다. 내부는 역동적인 빛과 형태로 살아 숨쉰다. 창문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외부의 빛이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어 성당을 화려하고 신비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평범한 공간이 아닌 신의 거주지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여기에 더해 성당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이곳이 숲 속에 온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성당 기둥은 나무 기둥이며, 천정 돔을 받치고 있는 여러 갈래는 나뭇가지를 형상화 시켰다. 곡선을 활용한 디자인과 자연의 모습을 표현한 것은 가우디에게 자연이란 신이 만든 완벽한 건축 구조였기 때문이다.

건축자재의 특성상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수 밖에 없는 건축물에 자연을 담고자 한 것은 가우디의 어린 시절과도 연관이 깊다. 그는 지중해의 태양 아래 풍요로운 자연을 품은 까딸루냐 지방의 작은 마을 레우스에서 태어났다. 무척이나 병약했던 그의 유일한 친구는 자연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지중해 바다, 꽃, 나무 등 자연과 사물의 형태의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갖게 된 것이다. 한 기자가 가우디에게 스승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는 창 밖의 풍경을 가리키며 내 스승은 바로 저것들이다'라고 답을 한 일화를 보면 자연은 가우디의 모든 건축물의 원천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926년 가우디가 사망할 때까지 일부만 완성되었고 현재까지도 계속 작업 중이다. 자신의 재능을 신을 위해 사용한다는 소명의식으로 40년 간 작업에 매진하며 수도자처럼 살았다고 전해지는데, 이러한 건축가로서의 명성과 열정이 종교와 결합하여 미완의 대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사망 후 가우디는 자신의 혼을 쏟아 부었다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헌신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묻혔다. 이곳이 마지막 안식처가 되면서 가우디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떨어질 수 없는 또 다른 자아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