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춘(春), 내 천(川). '봄이 오는 시내'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 춘천. 청춘하면 봄이 떠오르니 춘천이 청춘과 낭만의 도시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터. 수많은 청춘들이 기차와 자전거를 이용해 춘천을 만난다. 춘천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번에는 시티투어를 떠났다. 그 곳에는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카누를 타고 스카이워크를 걷는다

호반의 도시인 춘천을 상징하는 것들은 많지만 으뜸은 의암호다. 의암호는 1967년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와 신동면 의암리 사이 협곡에 의암댐을 만들면서 형성된 인공호수다. 춘천시내를 둘러싸고 있으며 북쪽의 춘천호, 동북쪽의 소양호와 물살을 맞대고 있다.

춘천 사람들은 의암호와 의암호 주변을 공들여 살뜰한 관광코스로 개발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송암스포츠타운 내에 있는 물레길이다. 실내 빙상장은 물론 카트체험까지 할 수 있는 이 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통 카누 체험. 카누 체험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2015 한국관광 100선으로 선정된 친환경 레포츠다. 카누 체험은 총 세가지 길 중에 선택해서 탈 수 있다. 의암댐길, 붕어섬길, 중도길이 바로 그것. '물에도 길이 있다'는 말처럼 세가지 길로 나눈 것이다. 카누를 처음 타보는 초보자에겐 의암댐 코스가 제격이다. 약 3km 길이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카누를 타기 전 안전교육 및 카누잉 교육은 물론 구명자켓까지 완벽하게 착용하고 나서야 카누에 오를 수 있다. 카누에 앉아 절구를 치듯 노를 앞으로 꽂아 당긴다. 카누가 바로 반응하며 앞으로 쭉 밀려나간다. 의암호의 바람을 맞으며 직접 카누를 몰다 보면 어느새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카누를 직접 타 보는 것 이외에도 직접 카누를 제작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카누에서 내려 물레길을 걸어 스카이워크로 향한다. 오른편으로 의암호와 삼악산이 내달리는 풍경이 말 그대로 그림이다. 걷다 보니 빨갛고 파란 울긋불긋한 색깔의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법한 작은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낚시터다. 이 강원도의 수많은 낚시터 중에 이만한 풍경을 가진 낚시터도 드물지 싶다.

다시 그 길을 걸어 올라가면 호수 옆으로 데크가 조성되어 있다. 원래는 자전거도로로 만들어졌지만 걸어가기에도 무리가 없는 길이다. 어느새 닿은 스카이워크. 의암댐과 삼악산의 풍경을 관람할 수 있는 전망대다. 스카이 워크는 김유정 문인비와 송암스포츠타운 간 1.5km 자전거도로에 조성되었다. 신발을 벗고 약 10m를 걸어가면 지름 10m의 원형전망대가 나타난다. 특이한 점은 그 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수면에서 12m 떠 있는 스카이워크의 바닥이 투명하다. 출렁대는 의암호 물결이 선명하게 보여 식은땀 한줄기가 흐르는 느낌이다. 스릴이 느껴졌다.

건축가의 김수근의 자취를 따라가는 KT&G 상상마당

KT&G 상상마당은 기업의 사회공헌 사례 중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재 홍대, 논산, 춘천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 춘천 상상마당은 공간적 아름다움과 주변 환경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KT&G 상상마당 춘천은 2014년에 문을 열었다. 의암호 수변에 자리잡고 있으며 아트센터와 스테이 두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트센터는 호수를 마주보고 나즈막히 서 있다. 건물의 생김새와 앉은 위치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데 바로 한국건축의 거장 김수근의 작품이다. 김수근의 1980년 작품인 춘천 어린이회관을 리모델링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한 마리의 나비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이 벽돌 건축물은 부지 2만 여 제곱미터, 건축 연면적 7천3백 여 제곱미터의 대규모 공간이다. 야외공연장, 라이브 스튜디오, 갤러리, 강의실, 카페 등을 갖췄다. 여러 시설 중에서도 특히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극찬하는 곳이 사운드 홀과 야외 공연장이다. 사운드 홀은 좌석 200석(스탠딩 450석)의 규모의 음악전문공연장이다. 최고의 음향 장비와 스텝, 조명시설이 준비되어 있어 많은 뮤지션들이 사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야외공연장은 1,500석(스탠딩 2,000석)의 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의암호의 아름다운 풍경이 무대의 배경이 되도록 설계한 김수근의 안목이 놀랍다.

그와 더불어 다양한 전시는 물론 시민들이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된 강좌가 상시 개설되어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의암호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춘천 시민은 물론 이 곳을 방문한 타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을 정도다.

아트센터 바로 옆에 있는 KT&G 상상마당 춘천 스테이는 인근의 강원도 체육회관을 리모델링 했다. '호숫가에서 예술과 함께 머무는 아트스테이'라는 컨셉으로 마련된 춘천 유일의 특급 호텔이다. 숙박 이외에도 대강당과 소회의실은 물론 퍼포먼스 룸과 음악연습실도 있어서 문화예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다. 아트센터의 경우 10인 이상 단체에 한하여 미리 예약하면 아트센터 내부 시설 및 공간 투어를 받을 수 있다.

시원한 공지천의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레포츠

KT&G 상상마당 춘천을 둘러보고 나오면 의암호를 따라 공지천으로 갈 수 있다. 그 길이 의암호 나들길이다. 나들길 맞은편으로 보이는 아담한 섬이 중도다. 중도에는 동북아 최대의 레고랜드가 들어설 예정에 있다. 의암호 나들길은 춘천시가 조성한 옛길 걷기 코스인 봄내길 프로그램 중 4코스다. 서면 수변공원을 출발하여 성재봉-신매대교-호반산책로-공지천을 거쳐 봉황대로 이어져 총 14.5km에 달한다. 춘천시의 대표적인 힐링관광 상품으로 사랑 받고 있는 봄내길 프로그램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운영을 시작하여 총 6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봉황대에서 출발하여 공지천으로 향하는 나들길의 왼편으로는 공지천을 비롯한 춘천 시내를 조망할 수 있고 오른편으로는 초록이 무성하다. 걷다 보면 어느새 수변공원길에 닿는다. 최근에 소설가 이외수의 대표적인 작품인 '황금비늘'을 테마로 한 '황금비늘테마거리'를 조성하였다. 이외수는 수많은 작품에서 춘천의 안개와 감성을 이야기했다. 춘천은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공지천은 효자동을 비롯한 춘천 시가지를 지나 의암호로 흘러 나간다. 춘천의 대표적인 하천이자 많은 시민들과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휴식과 문화, 레포츠의 공간이다. 특히 공지천은 공지어에 얽힌 전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퇴계 이황이 퇴계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개로 분신한 용왕의 아들이 퇴계 이황에게 삼 년 동안 글을 배우고 용궁으로 돌아갔다. 용왕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용궁으로 퇴계를 초대했다. 성대한 대접을 받고 돌아가는 퇴계에게 용왕이 짚을 주었는데 그것이 공지천에서 수 만 마리의 물고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물고기가 전설 속의 공지어다.

공지천은 유원지로 많이 알려졌다. 산책로를 비롯해 조각공원ㆍ분수대ㆍ보트장ㆍ체육시설ㆍ야외공연장과 에티오피아참전기념관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조각공원에는 뾰족지붕을 한 물시계 전시관과 잘 꾸며진 정원이 아름답다. 길 건너편으로 보이는 둥근 지붕의 건물은 에티오피아참전기념관이다. 그 맞은편에 있는 카페 에티오피아에서는 실제로 에티오피아에서 건너온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공지천의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중 하나는 오리 배다.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는 호수 위를 유유히 유영하는 오리 배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준 공신이기도 하다. 공지천변에는 자전거길도 잘 조성되어 있다. 의암호 나들길을 따라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활력이 생긴다. 특히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많은 시민들과 여행자들이 혼자서, 혹은 둘이 함께 페달을 밟으며 공지천의 여유를 만끽한다.

역시 춘천은, 청춘의 도시였다.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들 어떨까. 그곳에서 누군가와 함께 즐기는 공지천변의 오리 배와 자전거는 어쩌면 삶의 시계를 10년쯤 돌려놓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