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야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경관의 창출 도쿄 스카이트리

절대 내주고 싶지 않은 일본의 자존심

도쿄에 초고층 건물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 중심부(미나토 구)에 있는 도쿄타워에서 나오는 전파가 높은 건물들에 막혀 다른 지역으로 퍼지지 못해 수신 장애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하여 초고층 건물들보다 월등히 높은 새로운 전파탑을 짓기로 하는데,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스카이트리다.

 

타워설계에 있어서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경관의 창출’이었다. 이 해답을 찾기 위해 닛케세케이社는 사내 아이디어 공모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100여 개가 넘는 안이 모였다. 그 중에는 얼토당토 않은 아이디어들도 있었으나 그것이 오히려 설계에는 좋은 자극이 되었다. 다양한 가능성을 추구하고 조합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높이 634미터의 이 타워는 당초 610미터로 계획 되어 있었다. 하지만 계획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수정되었다. 바로 도쿄 스카이트리와 같은 높이로 완공한 중국 광저우 타워때문이다. 이로 인한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고, 결국 24미터를 더 높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워라는 타이틀을 따낸다.

 

구조설계 롤모델은 나라 호류지 5층탑

지진발생 빈도가 높은 일본에서 634미터의 초고층 건물을 짓는 다는 건 기술적 부분이나 환경적 부분 등에서 고려할 사항이 많아 건립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건설 도중인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인도대지진’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카이트리는 큰 문제 없이 버틸 수 있었다. ‘심주제진’이라는 세계 최초의 방진 시스템을 개발하여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목조건축물로 1,300여 년 동안 지진이나 태풍을 견딘 나라 호류지 5층탑의 구조 원리를 적용한 방법으로 탑 중간에 ‘심주’라 불리는 기둥을 세워 지진 발생 시 심주가 외부구조물과 시간차를 두고 흔들리면서 진동을 상쇄시키는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기술로 내진설계에 강한 일본의 기술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카이트리는 완공을 앞두고 마지막 난관에 부딪힌다. 바로 타워의 명칭 때문이다. 임시로 ‘신 도쿄 타워’라고 불렸는데 정식 명칭은 공모를 통해 정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진 않았다. 가장 많은 공모를 받은 ‘오에도 타워’는 인근 지역의 한 가게가 상표를 미리 따냈고, 그 다음으로 많았던 ‘사쿠라 타워’도 이미 다른 호텔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표였기 때문이다. 임시로 쓰이던 ‘신 도쿄 타워’ 또한 도쿄 타워를 관리하는 일본전파탑사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쓰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밀리고 밀려 ‘스카이트리’라는 정식 명칭으로 2012년 5월 개장하게 된 것이다.

 

스카이트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최첨단 기술 도입과 일본 전통문화 정신의 계승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경관의 창출’을 실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희망이라는 것을 더해 대지진으로 무너진 일본의 재건을 상징하며 일본인 가슴에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