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정원(협의회 오스트리아 주재 자문위원)

중유럽에서는 그 어느 도시를 가든 겨울 밤이 되면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이 도시를 밝히고 시내 중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은 중세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번성하였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 동부에서도 발달하였으나, 그 기원은 1284년에 시장이 처음 개설된 비엔나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이다.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은 대개 12월 초에 개설되어 1월 초까지 계속되는데 다양한 형태의 지역 공예품, 먹거리, 전통술 등이 판매된다. 시장개막과 시장개설기간 중간에는 전통공연도 간간이 볼 수 있다. 먹거리로는 독일어권 전통이기는 하나 여러 종류의 소세지와 슈크르트(발효 양배추절임)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성탄절이면 집집마다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그 트리에 들어가는 각양각색의 장식품도 판매한다.

비엔나에서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은 시민뿐만 아니라 외부 관광객들의 만남의 장소로 굳혀져 성탄절 직전의 분위기를 가장 잘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이 어떤 것이든 비엔나시와 비엔나상공회의소에서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춥고 낮이 짧아 상대적으로 관광객 수가 적은 계절에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엔나시는 2014년에도 이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을 통하여 최고 350만 명 정도의 외래 방문객을 유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겨울 밤 시청 앞으로 가면 노천시장 덕분에 빛의 향연을 두 눈 가득히 담을 수 있다. 원래 시청 앞 광장에는 숲처럼 나무들이 울창한데 이 숲이 각양각색의 점등으로 장식되어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겐 다소 어색하지만 비엔나 사람들은 이런 동화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각자 소망을 적은 쪽지를 교환하기도, 낭독하기도 한다.

광장 오른쪽에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집이 있는데, 이는 ‘구름 우체국’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기도 한다. 비엔나의 전통에 따라 오로지 자필로 쓴 글만 가능하며 이메일 등은 사양한다. 그런가 하면 우표수집가들을 위한 특별우표들도 판매하는데 이 창구는 12월 24일까지만 운영한다.

또한 비엔나 시청 내에 어린이들을 위해 ‘아기 예수 공예소’를 마련 한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액세서리, 모자, 쿠션 등의 물건들을 만들거나 크리스마스 쿠키를 굽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직접 만든 선물이나 쿠키를 다양하게 포장하여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용하는데 작년에는 총 55,000개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유치원이나 학교 등은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통나무집 가게(샬레)는 비엔나의 경우, 임대료는 크기에 따라 2,500유로에서 14,000유로까지 다양하고 수익은 일부 샬레 조립, 광장 청소, 안전조치, 겨울 빙판 제설 작업 등 용역비용으로 사용된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원래 기독교에서 강림절을 알리는 전통으로 시작되었으나 유럽의 각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장려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뜩이나 밤이 길고 빨리 찾아 와 어둠을 크리스마스 마켓이 화려하게 밝혀주고, 관광객들에게는 그 지역의 특색에 맞는 먹거리 문화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맛 볼 수 있는 술은 추위를 몰아내는 뜨끈뜨근한 푼쉬^*다. 뜨거운 푼쉬 한 잔을 들고 도시의 연인들은 추위도 잊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채 어두운 오후와 초저녁을 보낸다.
^*푼쉬 : 포도주에 향료, 과일 등을 넣어 데운 술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은 유럽지역 기준으로 독일 전역에 약 2,234개, 오스트리아 46개, 스위스 56개 등 독일어권에서 발달하였고, 영국에서는 30개 정도가 개설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도 273개 정도의 장이 서는데, 독일 국경의 스트라스부르그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이 가장 유명하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받아 루마니아에도 크리스마스 노천시장이 들어섰고 미국에서는 독일계 미국인들이 도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