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야기 >유령이 나타났다, 글래미스 성

저주의 시작
글래미스 성은 브루스 가(家) 로버트의 손자 로버트 2세가 1372년 이곳과 영지를 사위인 존 라이언 경에게 주었다. 라이언 가(家)는 포트비스트에 본가가 있는데, 그 본가에는 가문 최고의 보물로 여기는 잔이 있었다. 가문의 전설에 의하면 누구라도 그 잔을 저택 밖으로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존 라이언 경은 국왕의 부마가 되며 결혼선물로 받은 글래미스의 영지로 이 잔을 가지고 가기로 하면서 가문의 저주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글래미스 성으로 잔을 옮긴지 11년만에 존 라이언 경은 결투 중에 사망했고, 6대 영주의 부인이 마녀혐의로 화형을 당하고, 7대 영주의 아들이 오랜 가문의 숙적인 린제이 가의 패러리와 다투다 목숨을 잃는 등 수 백 년이 지나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유령 목격담까지 가세하면서 저주받은 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숨겨진 통로, 비밀의 방

글래미스 성은 몇 개의 방이 존재하는지, 어떤 통로가 성에 존재하는 지 알 수 없는 성으로도 유명하다. 비밀의 방 내부에 대해선 여러 가지의 전설이 존재하는데 가장 유명한 전설은 1821년 10월, 성주의 부인이 흉측한 몰골을 한 남자아이(요즘 와서는 다운증후군이라고 추정된다)를 낳은 것을 감추기 위해 비밀의 방을 만들고 그 안에 아이를 가두어 길렀다는 것이다. 평생을 그 안에 살며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고 죽음을 맞아 그 혼령이 지금도 성 안에 떠돌아 다닌다고 한다.

 

20세기가 된 해에 글래미스 성에서 성대한 파티가 개최되었다. 사람들은 성 안에 몇 개의 방이 있는지 각 방마다 수건을 걸어 이 전설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윽고 수고가 끝나 손님들은 결과를 보기 위해 성 밖으로 나가 확인을 했는데 한 흉벽의 높은 곳에 단 하나 타월이 걸리지 않은 창이 존재했다. 수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떤 복도와 회랑도 그 곳에 도달할 수 없었고, 누구도 숨겨진 문이나 의심할 만한 빈 벽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폴 블룸필드는 오랜 기간 동안 글래미스 성의 저주와 비밀에 대해 연구 조사한 끝에 저주의 이야기는 유령에 의한 것이 아닌 진짜 이 가문이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들었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는 중앙탑의 거대한 시계의 장치가 내는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 눈에 띄는 백작의 유령과 백작 부인의 유령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세계 곳곳의 고성에도 유령 목격담이 나오고 있으니 글래미스 성처럼 분위기와 전통이 역사적인 이 곳에서 몇몇 유령이 출몰하다 해도 그리 이상할 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