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한국ㆍ중앙아시아 지방정부 간 교류 활성화

 

1.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

옛 비단길의 중심, 중앙아시아를 보면, 아시아와 유럽,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남북을 잇는 내륙통로 요충지임을 알 수 있다. 동서로는 지중해와 태평양을, 남북으로는 북극해와 아라비아해를 연계시키는 종심(縱深)이라 하면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내륙 깊숙한 종심을 세계화 프로세스에 노출시키기 위해 아시아ㆍ유럽 대륙횡단철도의 연결이 추진되고 있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와도 연결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아시아 자체의 인구는 6500만 명 규모이지만,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 수는 중국까지 포함하면 20억이 넘는 거대 시장규모로 발전된다. 카자흐스탄은 석유,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스, 키르기스는 금이 대표적으로 산업화를 기다리며, 중동지역을 보완할 에너지ㆍ자원의 대체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는 차세대 신흥시장으로서의 협력 잠재력이 다대하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BRICs의 경제성장 배후지로서 BRICs와 동반성장이 가능한 신흥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2. 한ㆍ중앙아 협력관계

현재로서는 한ㆍ중앙아 교역ㆍ투자는 규모면에서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대폭 참여 하에 규모 있는 에너지ㆍ자원 및 인프라 협력사업들이 속속 창출되고 있는 현실은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카자흐 잠빌 해상광구 개발,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수르길 가스전 개발 및 가스화학 플랜트 건설사업, 나보이 공항현대화 사업,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 등이 진행되고, 또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욜로탄 지역내 가스 탈황 플랜트 건설사업, 카스피해 해군기지 건설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교통 국제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있으며, 옛 실크로드의 역할과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도로, 철도, 항공로가 외부세계와의 접목을 찾아 뻗어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향후 수십 년 간 거대 토목공사, 플란트 및 엔지니어링 수출, 건설사업의 거대시장으로 다가올 것이다.

 

3. 한ㆍ중앙아 지방정부 간 교류 활성화

가. 교류방향

현재 세계적으로 중앙아시아의 부활이 화두(話頭)가 되고 있으며, 알마타, 타쉬켄트, 부하라, 사마르칸트, 비쉬켁 등, 주옥같은 도시/주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방정부들이 그곳 지방정부와 자매결연 또는 우호교류협정을 체결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대 중앙아시아 관심이 그리 포괄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생소한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앙아시아가 전략 요충지로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만큼이나 우리에게는 현실적으로 다가서지 않고 있다 하겠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벌써 많은 중앙아시아 출신의 다문화가정들이 존재하는 현실은 교류 활성화라는 행정적인 수요가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각성시키고도 남는다 하겠다.

 

우리의 지방정부들은 제마다 지역특성에 맞춰 중앙아시아 지방정부들을 협력 및 교류 파트너로 물색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겠다. 예를 들면, 다문화가정들이 많은 지역은 어느 나라 출신의 다문화가정인지, 더 나아가 어느 지역 출신인지를 파악, 상호 교류행사 때에는 그 출신자를 ‘홍보대사’로 임명하여 동행케 함으로써 행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견인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좋을 것이다. 또한 이미 상대 지역에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는 한인회나 지상사협의회 등과도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연고자를 물색하여 명예 국제협력관으로 임명하면 여러모로 편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관광이나 관광산업을 겨냥한다면, 상대 지방정부 보건부와의 교류협약서를 체결하여 기본 협력 골격을 갖추며, 또 우리의 ‘해외 나눔의료’도 실행하여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는 쌍방의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이나, 전문협력기관들끼리 교류협약을 체결케 하여 협력하도록 유도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의료관광 세미나나 의료상담도 수시로 병행 실시하며 우리의 의료관광을 해외 마케팅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대학생이나 일반인들의 의료봉사활동도 첨가하여 조직함으로써 폭넓은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또한 개발원조사업(ODA)과 연계되는 프로젝트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아시아가 대부분 건조한 사막기후인 만큼이나 지하수 개발이나 조림사업 등이 요긴한 실정이다. 일찌감치 30여 만 명의 고려인 동포들이 중앙아시아에 정착하여 ‘쌀농사’에 성공한 경험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조림사업이나 지하수 개발과 함께 화훼단지를 조성하거나 한약재 같은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프로젝트도 생각해 볼만 하겠다.

 

나. 유의사항

첫째, 중앙아시아에는 비능률적인 행정절차가 만연한다는 현실이다. 공산권 소비예트 행정체계가 그대로 존속하고 있어 불필요한 서류, 번잡한 절차가 다반사이며, 중앙정부에서 국제교류사업의 시행 승인검토가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며, 이의 배경에는 우리 측의 행사성/일회성 교류사업 행정형태에 대한 불만도 잠재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둘째, 중앙아시아 현지의 고려인 동포와 우리 측 다문화가정의 활용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중앙아시아에는 어디보다 고려인 동포가 많으며, 지역사회에서 ‘성실한 일꾼’으로 정평이 나있는 바, 교류사업에 동포들의 참여폭을 넓혀나가는 게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많은 중앙아 출신의 여성들이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는 바, 이들 여성들의 참여를 고양시키는 방안의 연구도 필요하다 하겠다.

 

셋째, 공직자들의 부패가 일반화되어 있다. 근본적으로 다민족사회라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우리보다는 많이 약하며, 씨족 또는 부족 중심의 공동체 발달로 효의 개념이 보다 강함으로써 연고에 의한 부패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촌장이나 집안 어른들의 권위가 막강한 편이다. 공직부패로 인하여 공직자들이 우리 생각보다 잘 사는 편이며 생활의 스케일이나 호화로움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넉넉하므로 우리가 조금 잘 산다는 시늉을 표면화하면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겠다. 부패풍조가 역사적ㆍ문화적 뿌리를 갖고 있는 만큼이나 부패에 대해 별로 죄의식도 없는 편이다.

 

4. 결론

박근혜 대통령은 “부산에서 유럽으로 바로 가는 열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유라시아, 특히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창출하겠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대외정책을 제창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복합 물류네트워크의 구축, 그리고 우리 민족에게는 꿈의 열차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건설을 통하여 유럽ㆍ아시아 단일시장 형성이라는 목표를 담론화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에 더하여, 유라시아와의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협력체계를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 만큼이나 우리 쪽에서 중앙아시아에로의 보다 활발히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으며, 특히 우리 지방정부들의 각개약진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은 그 옛날의 동서 교류의 길, 실크로드를 화려하게 부활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