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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000여 년 전, 신농의 치세 말기. 세상이 혼란스러워지자 헌원은 신농을 대신하여 세상을 안정시킨다. 하지만 이때 치우라는 자가 가장 포악하여 염제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치우는 여섯 개의 팔과 네 개의 눈, 소의 뿔과 발굽이 있고 머리는 구리와 쇠로 되어 있었다. 창과 방패라는 무기를 사용하여 염제를 계속 공격하자 염제는 손도 써보지 못하고 탁록이라는 곳까지 후퇴를 한다. 이때 이를 지켜보던 황제 헌원은 군대를 일으켜 탁록에서 치우와 전쟁을 벌이게 된다. 치우에게는 바람과 비를 부리는 자들이 있었다. 황제가 응룡으로 하여금 치우에게 물을 뿌리려고 했으나 치우는 풍백과 우사에게 부탁하여 폭풍을 황제군으로 돌려보낸다. 이에 황제는 직접 공격에 나서지만 치우는 안개술을 피우며 황제군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리하여 황제는 항상 남쪽만을 가리키는 지남거를 개발하여 치우와 계속 전쟁을 이어 나간다.

황제신화를 듣고 있노라면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사실 알지도 못했던 치우천황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치우와 한 판 전쟁을 벌였던 황제와 염제(중국은 자신들을 염황의 자손이라고 표현한다.)

고서 ‘환단고기’로 보는 치우천황은 동방무신의 원조이자 우리 민족의 영웅으로 그려진다.
‘환단고기’에서는 치우천황을 우리민족의 조상인 동이족에 속하는 배달국의 14대 환웅으로 칭하며, 동방무신의 원조이자 우리민족의 불세출의 영웅으로 받들고 있다. 치우는 철제 무기를 기반으로 다른 민족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활을 사용하여 우리 민족의 조상이 동이족이라는 이름을 갖게 하였다. 이러한 치우는 세력을 키워온 황제 헌원에 승리하였는데 그 무리들이 신하를 자칭했고 조공을 받쳤다고 한다.
이 때 치러졌던 전쟁이 바로 ‘탁록전쟁’이다. 한국에서는 탁록전쟁에서 치우가 승리했다고 보고 황제는 신하격으로 여겨졌다고 하는데 중국이 받아들이는 설은 조금 다르다.

중국 <사기>로 보는 치우천황, 황제에게 밀린 비운의 무신
중국에서는 많은 역사책 기재 중에서도 사마천의 <사기>에 근거하는 면이 많다. 따라서 치우를 황하하류 산동 일대 지역의 부족 마을 수령으로(신농씨의 후예라고도 한다) 황제, 염제와 같이 중화민족의 역사를 만든 시조로 즉 민족의 조상 중 하나이지만 황제에게는 ‘탁록전쟁’에서 패배해 밀려가버린 비운의 무신으로 여겨진다. 많은 중국 사람들이 치우에게 제사를 지냈고 특히 유방은 항우에 맞서 군사를 일으키기 전 치우에게 제사를 지냈을 정도로 널리 인정받는 무신의 원조라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근 중국은 치우를 중국의 조상 중 하나로 여기고, 또 결국 황제에게 패배한 신하 격이 되어버린 전설 속 인물 중 하나로 여긴다는 것이다.

설명에서 보았듯이 치우천황은 우리에게는 배달국의 14대 천황(기원전 2,667년)으로써 동방문신의 원조이자 우리민족의 영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그는 무신의 모습으로 많이 칭송 받는데, 이러한 그의 모습 때문에 우리 한국 축구의 수호신으로 선정된 것 같다. 이렇게 우리가 상상하는 치우의 모습과 또 중국이 보여주는 치우의 모습이 어떨지 그 현장으로 가 확인해 보기로 한다.
그렇다면 그의 흔적이 남아 있는 ‘탁록’은 어디일까? 탁록은 베이징에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데, 베이징에서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장자커우(張家口) 가는 길에 있다. 탁록은 우리에게 ‘탁록 대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치우천은 농촌마을의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치우의 흔적으로 유명한 그 명성보다는 그 크기가 많이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관리도 그리 잘 되지 않고 있었다.

탁록전쟁에서 황제가 이 샘물을 차지했기에 이겼다는 설도 있다. 황제천은 1,700m, 3,000m, 5,000m 세 층의 분수구로 되어 있는데 일곱 개의 분수구는 북두칠성 모양으로 배열되었다고 한다. 여름에도 썩지 않고, 겨울에는 얼지 않으며, 가물 때도 마르지 않아 1년 4계절 13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한다고 하는데, 일 유량은 근 5천 톤으로 만 여 명의 식용수와 666만㎡의 경작지를 개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천연샘수로 유명한데 장기적으로 마시면 건강에도 좋고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치우천에 비해 크기가 크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치우와 황제, 그리고 또 하나의 조상인 염제를 같이 모신 사당이 바로 중화삼조당이다. ‘중국의 백면 역사를 알려면 사해로 가고, 천년 역사를 알려면 북경으로 가고, 2천년 역사를 알려면 서안에 가고, 오천년 역사를 알려면 탁록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탁록은 황제 헌원을 모시던 사당이 있던 곳이기 때문에 진시황 때부터 청의 건륭 황제까지 또한 손문이 중화민국을 설립 시에도 찾아가서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32만 명의 찬조금으로 완공된 중화삼조당(中華三祖堂)은 1998년부터 관광지로 개방되어 지금까지 보존된 규모가 제일 큰 당나라 건축물을 모방한 목조 건축물이다. 전 내는 780평방미터의 면적에 12개의 기둥으로 받쳐져 있으며, 높이 5.5m, 너비 4m의 치우, 황제, 염제의 조각상을 모셨다.

중화삼조당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으며, 허푸(合符)란 윤리적으로 통일되어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의미로 인문시조 황제가 탁록 전역을 통해 처음으로 중원문화를 창립했다는 시점에서 중화문명의 결정체를 상징하는 ‘허푸탄’을 지었다고 한다. 2006년 4월 공사를 시작하여 2008년 8월에 완공되었는데, 총 면적이 33만3천㎡이고 1.38억 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민폐를 투자했다고 한다. 일단 웅장한 크기가 그 분위기를 압도하고, 멀리서 보기에도 굉장히 깔끔하고 거대하게 보인다. 아홉 마리의 용이 공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돌기둥은 소수민족을 새겨 놓아 56개 민족의 통일과 조화라는 의도에 아주 잘 맞는 듯하다.